"메모리 성공신화에 안주해선 안돼… 투자·타이밍·인재가 성패 좌우"
2021.03.30 14:00
수정 : 2021.03.30 19:02기사원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반도체 산업이 흔들린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날 기조발표를 통해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님께서 작고하시기 직전 우리 기술로 독자개발한 반도체로 세계를 제패하라고 하셨던 말씀을 되새겨본다"며 "반도체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선도하는 기업들의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정책환경이 조성되어야 반도체 패권 장악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 국가예산 558조원에 버금가는 약 530조원 규모로 전망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어 우리 기업들에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강력한 보조금·조세 지원을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화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다. '반도체 산업 동향과 발전 방향'에 대한 발제를 맡은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재원을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 심화와 재해로 새로운 위험이 부상했다"며 "주요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장기적으로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편중된 반도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자국 내 생산시설 투자 유도 및 제조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24년까지 투자비의 40% 수준을 세액공제하고,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R&D)에 228억달러 규모를 지원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키 위해 투자를 지속해 왔으나, 시장조사기관 IC 인사이츠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자급률은 15.7%에 불과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거 LCD 굴기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광양회' 전략으로 대형 인수합병(M&A) 추진 및 반도체 국산화 확대를 시도 중이다.
유럽 국가들도 아시아 파운드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이 뜻을 모아 최대 500억유로를 투자키로 합의했다. 이 중 반도체 기업 투자금액의 20~40%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보유했지만 비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은 취약하며, 메모리반도체의 성공에 따른 안이함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유럽, 일본은 자국 내 제조시설 확충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노리고 있으며, 대만은 세계 최고의 시스템반도체 제조기술을 통해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더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