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식투자자 차입 사상최대...주가 하락 불쏘시개 될 수도

      2021.04.08 07:00   수정 : 2021.04.08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꾼 돈'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국(FINRA)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2월 후반 투자자들의 차입 규모가 8140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49% 급증한 규모로 2008년 금융위기의 모태가 됐던 2007년 거품 이후 연간 단위로 가장 빠른 증가세다.



이전 최고치는 1999년 닷컴거품이 형성되던 시기에 기록했다.

WSJ은 그러나 FINRA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차입으로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지난 1년간 53% 폭등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차입은 미 경제의 강한 회복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사상 유례없는 통화완화정책 등과 함께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끈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FINRA 데이터가 위험한 투자 방식 가운데 하나인 마진거래 현황을 정확히 나타내는 것도 아니라고 WSJ은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다른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경우에도 차입 데이터로 잡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식시장이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탈 때에는 투자자들이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주식 가치 역시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에 이들이 빌리는 자금 규모도 따라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해도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차입 확대가 주가 거품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주식시장이 하강세로 돌아서면 이같은 차입이 부메랑이 돼 주식시장 조정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 사장은 "차입은 강세장의 연료가 되지만 약세장에서는 상황을 악화시킨다"면서 "비이성적 과열에도 한 몫한다"고 지적했다.

야데니는 "이같은 주식시장 흐름이 지속될수록 마진 차입이 증가하게 되고, 그 때 갑자기 뭔가가 터지면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마진거래는 양날의 칼이다.

꾼 돈으로 투자자들의 구매력은 높아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투자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담보를 낼 것을 요구하거나 주식을 팔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른바 '마진콜'이다.

지난주 주식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국계 헤지펀드매니저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충격 역시 주가 하락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서 마진콜에 몰려 비롯된 것이다.

일부 규제당국은 벌써부터 투자자들의 차입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미 연방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6일 레딧이나 소셜미디어처럼 인터넷을 통해 익명으로 전해지는 주식 정보와 연관된 차입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FTC는 "투기적인 단타거래는 늘 위험하지만 이것이 친숙하지 않은 (금융)상품, 시장, 차입, 또 익명의 개인의 권고와 결합하게 되면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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