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완화적 통화기조 전환 이르다...성장률 3%중반 충분"
2021.04.15 12:59
수정 : 2021.04.15 13: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경제 성장세를 예상하면서도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기준금리 0.50%를 동결한 가운데 올해 성장률은 3% 중반을 예상했다.
■ 금리동결 11개월째 "성장세 안착 확인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 연 0.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4월까지 총 7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11개월째 금리가 동결됐다. 금리동결 의견은 전원일치였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내린 이후 지난해 5월 사상 최저인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 개선속에 국내경제여건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됐지만, 코로나 전개 상황을 보면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 금리를 통결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물가상승률도 높아지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불균형에 선제 대응해야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아직은 코로나 백신 접종 등 불확실성이 높다. 최근 회복되고 있지만 안착됐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며 "코로나 전개상황를 지켜보면서 경제 회복세 안착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적지 않은 만큼 성장이나 물가, 금융안정 등 종합적인 지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그 배경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시장과 경제 주체들과 긴밀히 소통해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금융안정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상반기중 계획한 5~7조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조원 규모를 단순매입했다. 매입 시기는 시장 상황을 보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완화적인 통화 정책 속에 증가한 유동성에 대한 정책대응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가계부채 대책을 마무리중으로 알고 있다"며 "1·4분기중 가계부채 증가세가 높게 유지중이며 이에 비해 금통위에서도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현재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거시건전성 정책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성장률 전망 상승..국가부채·백신 리스크 제한적
다만 국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에 대해서는 3% 중반의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2월에 전망했던 수준(3.0%)을 상회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수치는 내달 발표한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제 여건과 국내 경제성장세가 1·4분기를 지나는 상황에서 올해 3% 중반 성장은 충분히,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는 무엇보다 대외 여건 개선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세계 경기의 빠른 회복, 국내 설비투자 강화와 확대 전망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거리두기 완화 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지난달 말부터 집행된 추가경정예산도 내수진작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로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보다 좋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월 전망 경로를 상회한 2% 내외 수준에서 등락한 후 하반기 1%대 중후반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2%대 낮은 수준에 머무는 데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보급 비율은 현재 낮지만 정부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하반기 백신보급이 큰 차질 빚지 않는다는 전제를 하면, 소비가 살아나는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정부 부채가 높아져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가 부채 하나만으로 국가 신용등급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국가부채가 오랜 기간 빠르게 증가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가능하지만, 신용등급에는 국가 부채 이외에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 성장 잠재력, 기업 경쟁력, 금융안정성 등 여러 요인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확대되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견해도 재확인했다.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암호화폐는 적정 수준 산정이 대단히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하면 투자자나 이에 대한 관련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있어 금융안정성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이 지급수단을 하기에는 제약이 많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입장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