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설립의 명과 암

      2021.04.19 18:16   수정 : 2021.04.19 19: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시장 환경이 디지털 금융으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이 금융지주사와 고객들에게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업무 비효율 및 내부 구조조정 등 부작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개 금융지주사들(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은 독자적인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한 수요 조사에 나섰는데, 해당 조사에서 상당수 금융지주사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설립하길 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및 시행령으로는 금융지주사가 100%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설립하는데 법적 제약이 없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우선 시장 환경이 디지털 금융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인데, 실제로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우체국의 인터넷뱅킹 자금 이체, 대출 신청 금액은 하루 평균 약 58조6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1% 늘었다.

아울러 규제를 많이 받는 기존 은행에 비해 인터넷은행은 비교적 규제를 덜 받아 혁신 실험을 할 기회가 많아질 수 있고, 장기간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기반으로 빅테크 및 핀테크에 기반한 인터넷은행보다 안정성 측면 등에서 비교 우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의 인터넷은행 설립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금융지주사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 등과 중복돼 비효율이 발생하거나 계열사 간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금리 및 가격 경쟁과 같은 전통 영업방식 고집으로 되레 혁신금융과 배치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고, 기존 은행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져 내부 구조조정이 작지 않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나름의 혁신 모델을 제시하며 기존 인터넷은행 및 금융지주사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선순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은 무작정 인터넷은행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어느 측면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며 사업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금융지주사별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다른 업종과의 연계 등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의 성장 전략을 내놓는다면, 고객들 입장에서도 이전 대비 선택의 폭 등이 넓어져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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