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들 "중앙은행 디지털통화가 시장 뒤흔들 것"
2021.04.20 08:40
수정 : 2021.04.20 08:40기사원문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시장을 뒤흔들 최대 위험요인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통화(CBDC)를 꼽고 있다고 CNBC가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 존립 기반마저 허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좀 더 신중해 미국내 CBDC가 가시화하려면 수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을 필두로 영국, 유럽 등 각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현금없는 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반인 디지털 통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CBDC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와 일부 닮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차이점들이 있다.
일단 CBDC는 가격이 변화무쌍하게 오르내리고, 용도도 제한적인 '상품'에 가까운 암호화폐와 달리 기존 법정통화의 성격을 갖는다.
외환시장에서 소폭 움직이는 정도의 환율 변동 외에는 크게 가치가 흔들릴 일이 없다. 또 적어도 발행국 내에서는 완전한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달러라면 지금처럼 기축통화로서 지위도 유지할 수 있다.
이와함께 지금처럼 중앙은행이라는 중앙집권적 기구가 법률에 의해 완전히 통제한다.
연준이 암호화폐에 뛰어들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은 맞지만 도입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이는 기존 금융체제를 뒤흔들 것으로 월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모간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히야는 "CBDC 도입 노력이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 "전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최대 86%가 현재 디지털 통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히야는 이같은 움직임이 금융체계에는 실질적으로 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부르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거의 모든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14%만이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거나 개발 중이라고 밝혔고, 약 60%는 아직 개념 정리 중이라고 답했지만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월가 우려에도 불구하고 CBDC는 여러 장점들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금융체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
현재 은행에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이 금융시스템에 편입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지급·결제 속도 역시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로들면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직접지원금을 은행들을 거치지 않고 각 개인의 전자지갑으로 곧바로 보낼 수도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계은행(WB)과 합동 연차총회에서 "새 형태의 디지털통화는 생명줄과도 같은 빈곤층에 대한 지원금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금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게오르기예바 총재는 특히 가장 크게 혜택을 볼 이들이 소액을 송금받는 취약계층으로 이들은 팬데믹 여파로 가장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애나 저우 이코노미스트는 "CBDC는 암호화폐에 뒤따르는 부작용 없이 통화 결제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은행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반 시민들이 전자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대신 중앙은행의 전자지갑 게정에 직접 돈을 보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거의 모든 수익사업 출발점인 예금이 사라지면 은행의 존립부터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 우려로 지폐·동전 등 현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높아진 가운데 CBDC가 도입되면 현금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CBDC 경쟁에서 가장 앞 선 곳은 중국인민은행(PBOC)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디지털위안을 출범한 중국이 이 분야에서 앞서 나가면서 결국 미국 달러를 제치고 세계 기축통화 자리를 꿰찰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