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으로 촉감·질감·소리까지 전달한다

      2021.04.22 14:56   수정 : 2021.04.22 14: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원격에서 물체를 만져보고 느껴볼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향후 한국에 있는 애완견을 미국에서 쓰다듬으며 털의 부드러움까지 느낄 수 있는 기술개발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개발에 성공해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나타내며 차세대 햅틱 분야 선도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센서를 통해 촉감과 질감, 소리까지 97% 동시 전달이 가능한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텔레햅틱은 원격이나 가상·증강현실 같은 생생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술이다.


ETRI는 가상·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도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했다. 이와함께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통해 차세대 텔레햅틱 기술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해 텔레햅틱 기술을 실험했다. 그 결과 최대 15m 원격에서도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와 같은 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이와 같은 재질특성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긁었을 때 상대방이 금방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ETRI 연구진은 촉감까지 주고받는 촉각 커뮤니케이션을 구현, 센서로는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액추에이터는 수집된 정보를 동일한 감각으로 복제·재현해낸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압전센서는 소·부·장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사용 중인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압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ETRI는 그동안 연구진이 10년 넘게 개발해온 센서·액추에이터 관련 원천기술의 덕택으로 이번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압전 액추에이터에는 기존 단순 적층 세라믹 구조를 뛰어넘는 높은 출력과 변위 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몰프 구조를 적용해 최대 11배의 변위 차이를 이루어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빠른 응답성과 높은 출력, 변위 특성은 촉감을 생생하게 재현하도록 만드는 최대 요소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약 30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압전복합체 센서를 유연 기판 위에 인쇄 형성해 최대 13채널(분할)까지 패터닝한 압전센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최소 1mm 사이즈의 다양한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해 센서에서 수집된 촉질감 데이터를 그대로 재현했다.

이는 향후 노트북이나 태블릿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면적화하기에도 용이하다.

패터닝된 압전 센서·액추에이터를 통해 두드리거나 누르는 위치 뿐 아니라 표면의 거칠기, 마찰 등의 질감 정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압전 액추에이터의 진동은 손을 올려놓으면 고스란히 느껴지며 위에 올려놓은 너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본 기술은 원격으로 촉감은 물론 질감,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E T R I'라는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해 원격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연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저전력으로도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르게 반응하며 구부리거나 누르면 전하가 발생해 전원이 없어도 100 볼트 이상의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TRI 김혜진 지능형센서연구실장은 "가상·증강현실용 텔레햅틱 기술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제품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의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본 압전소재 기술의 배합·공정·구조설계 기술을 고도화해 출력 및 데이터 수집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며 텔레햅틱 분야 기술경쟁력 선점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텔레햅틱 기술은 재료 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달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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