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 징벌적 세율은 시대착오
2021.04.25 18:26
수정 : 2021.04.25 18:26기사원문
사재 출연 약속도 이뤄지길 바란다. 이건희 전 회장은 2008년 비자금 특검 수사 당시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 가운데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승어부'를 말했다. 자식이 아버지보다 낫다는 뜻이다. 상속세 준법 납부는 삼성을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국보급 문화재를 포함한 수조원대 '이건희 컬렉션' 중 일부를 국공립 미술관 등 공공기관에 기증하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이 부회장 등은 상속세 부담을 덜고, 대중은 귀한 작품을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번 기회에 정부와 국회에도 당부한다. 먼저 상속세율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바란다. 명목세율(50%)도 높은데 거기에 최대주주 할증률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이른다. 현찰이 없는 상속인은 오로지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을 팔거나 주식 물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경우든 지분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대한상의는 지난 2019년 국회에 낸 건의문에서 "최대 65%인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10~30%인 최대주주 할증률을 인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속증여세법상 5% 룰도 낡은 규정이다. 이는 공익재단에 주식을 넘길 경우 5%까지만 세금을 면제하는 제도다. 이 룰은 과거 편법승계를 막는 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방해하는 요소다.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5월 대국민 사과문에서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등 혁신기업 창업주들은 과거 재벌과 달리 경영권 대물림과 거리를 둔다. 그렇다면 차라리 5% 룰을 완화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이 롤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