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뜻" 감염병·소아질환 퇴치에 1조 기부

      2021.04.28 11:00   수정 : 2021.04.28 16: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28일 발표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상속 방안중 약 1조원 가량은 의료 공헌에 기부된다. 이는 인간존중,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고인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는게 재계의 평가다.

■"의료공헌, 기업의 역할이다"..고인의 뜻
이 회장은 생전에 주변으로부터 '최대 관심 사업이 반도체와 병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의료 분야를 특별히 챙겼으며,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5월에 있었던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 이 회장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이라고 강조한바 있으며, "낙후된 병원이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큰 고통인지 알면서 그대로 두는 것은 기업 총수로서 할 일이 못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1994년 12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고인의 강력한 의지와 남다른 관심 속에서 탄생했다는게 당시 의료계의 평가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아까운 생명이 사망하거나 고통받지 않도록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금액인 3300억원을 들여 세계 최고수준의 시설과 진료 인프라를 갖췄다.

삼성서울병원 출입구 벽면에 새겨진 "건강한 사회와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자 삼성의료원을 설립했다"는 문구는 이 회장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삼성은 또 지난 1989년 천마어린이집을 개원하고, 어린이집 지원에 나섰는데 이 또한 부모 없이 길거리에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한 이 회장의 지시로 진행된 사업이다.

이 회장은 또 병원연구소와 의료기기연구소, 병리학연구소를 같이 운영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하는 등 의학 발전을 통한 인류사회 기여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2000년에는 '암 질환 극복'을 위해 서울대 의대 암 연구소에 300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유족들 감염병과 소아질환 지원 결단
이 회장의 유족들은 전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인류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된 후, 관련 기관들이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의 건립 및 운영 등에 활용된다.

유족들은 또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 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 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또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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