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서 만난 韓美日, 北 '완전한 비핵화' 두고 온도차
2021.05.05 16:17
수정 : 2021.05.05 16:17기사원문
【도쿄=조은효 특파원】미국 바이든 정권의 구체적인 대북정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단계적 접근법'을 주장하는 한국과 'CVID원칙'을 고집하는 일본 간 막판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미·일 3국이 나란히 발맞춰 나가길 바라는 바이든 정권의 최종 조율 과정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영국 런던 주요7개국(G7)외교·개발장관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을 놓고, 3자간에 미묘한 입장 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먼저, 각세우기에 나선 것은 일본이다.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3일(현지시간) G7회원국들만 모인 만찬에서 북한 관련 논의를 자신이 이끌었다며, "G7이 북한의 모든 대량파괴무기 및 미사일에 대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 목표를 견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주장했다. 당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한 뒤 외교부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는 입장을 낸 것과 간극이 있는 것이다.
일본은 CVID원칙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달 중순 미·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일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CVID'를 이루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CVID는 미·일이 최종 조율한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용어의 사용을 놓고, 미·일 간에도 입장차를 드러낸 것이다. 스가 총리의 CVID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 원칙에서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길 바라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CVID는 2002년 조지 W.부시 행정부 때 언급된 이후 '선(先)핵폐기·후(後)보상'과 짝을 이루며, 대북 강경론의 동의어처럼 사용돼 왔다. 때문에 북한은 이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해왔다. 이미 워싱턴에서는 적어도 대화 재개 국면에서는 CVID를 앞세우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CVID와 동일선상에 있는 개념은 아니나, 대화 국면 재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일본의 대북 강경론에 사실상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바이든 정권의 대북 정책 검토는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이미 완료된 상태다. 블링컨 장관은 이미 이번 런던 출장 중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이 외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해 북한이 기회를 잡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단, 대북 대화 모드로 깜빡이를 켠 것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