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세부 공개… '황소' 포함 이중섭 스승 유일작도 수증"

      2021.05.07 15:28   수정 : 2021.05.07 17: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장 기증미술품 1488점의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회에서는 김환기와 나혜석, 박수근, 이인성, 이중섭, 천경자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가의 명작들을 비롯해 모네,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됐다. 특히 이중섭의 '황소'와 '흰소'를 비롯해 그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 '낙원'도 이번에 기증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MCA '이건희 컬렉션' 주요작 소개 "전체 목록은 조사 연구 후 공개할 것"

국립현대미술관은 공개회를 통해 이번에 삼성가에게 기증받은 대표작들을 소개했다. 전체 기증 목록은 "아직 작품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거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기증받은 작품들에 대해 "한국화를 비롯한 회화가 대다수를 이루며 회화 이외에도 판화, 드로잉, 공예, 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특히 1000점 이상의 대량 기증은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소장품 8782점에 더해 소장품 1만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가와 직접 논의 끝에 작품 수증… 과천관 수장고에 보관
이번 기증은 총 4회의 작품실견과 수증심의회의 후 작품반입 및 기증확인서 발급 등 미술관의 기증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증 절차는 윤범모 관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직접 논의를 통해 진행됐다.

현재 삼성가로부터 받은 모든 작품은 항온·항습 시설이 완비된 과천관 수장고에 안전하게 입고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증 작품은 작품검수, 상태조사, 등록, 촬영, 저작권협의 및 조사연구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으로 공식명칭은'이건희컬렉션'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는 이번 수증으로 여유공간이 5% 미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향후 수장고를 확충할 방안에 대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총 1488점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으로 구성됐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비교적 모든 장르가 고르게 포함됐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하며 작가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1930년 이전에 출생한 이른바 '근대작가'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 수는 약 860점에 이르러 전체 기증품의 약 58%를 차지했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의 회화가 20점, 판화가 167점으로 가장 많았고 이중섭의 작품이 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등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어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이다.

이번 '이건희 컬렉션' 작품의 특징은 김은호, 이상범, 변관식,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화가의 '대표작'이 대거 기증됐다는 점이다. 이상범이 25세였던 1922년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와 노수현이 1957년에 그린 대표작 '계산정취', 김은호의 초기 채색화 정수를 보여주는 1927년작 '간성(看星)', 김기창이 1955년 그린 5m 규모의 대작 '군마도' 등이 기증됐다.

또 그간 수집예산이 적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좀처럼 구입하기 어려웠던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유영국 등 근대기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망라됐으며 근대미술 희귀작이 여러 점 기증됐다. 나혜석의 진작으로 확실하게 인정받아 진위평가의 기준이 되는 1930년대 작품 '화녕전작약'과 여성 화가이자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 총 4점밖에 전해지지 않는 김종태의 유화 중 1점인 1929년작 '사내아이'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해외 거장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됐다는 사실도 상징적이다. 클로드 모네가 1919년부터 1920년 사이에 그린 '수련'을 비롯해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90년대에 그린 '책 읽는 여인', 카미유 피사로의 1893년작 '퐁투아즈 시장', 폴 고갱이 1875년 파리 센강의 풍경을 그린 '무제', 마르크 샤갈의 1975년작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살바도르 달리의 1940년작 '켄타우로스 가족' 등의 호안 미로의 1953년작 '구성' 등 교과서에서 본 서양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기 112점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윤범모 관장은 "이번 기증의 가장 큰 의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이라며 "그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1950년대 이전까지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고 특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기 소장품이 이번 기증으로 크게 보완되어 한국 근대미술사 연구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이건희 컬렉션' 수증을 기념해 오는 8월 서울관에서의 '근대명품' 전시를 시작으로, 12월 '해외거장' 내년 '이중섭 특별전' 등을 기획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 기존에 준비중이었던 전시에도 이건희 컬렉션의 작품들을 일부 소개할 예정이다. 오는 7월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 일부 작품을 선보이고 11월 '박수근' 회고전에서도 '이건희 컬렉션'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이건희컬렉션 중 일부를 선보여 수준 높은 한국 근대미술을 해외에 소개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 향후 별도 미술관에 모일 수도… 미술관 명칭 미정, 문체부 검토중

한편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가의 미술품 기증을 거론하며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윤 관장은 "특별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직접 개입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문체부에서 파견된 박종달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은 "현재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차원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형식의 미술관이 될 것이며 이름이 '이건희 미술관'이 될지 '근대 미술관'이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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