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장르를 연주합니다… 더 넓은 음악세계 들려주기 위해"
2021.05.14 04:00
수정 : 2021.05.14 09:34기사원문
클래식 음악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것이 너무도 익숙해진 요즘. 하지만 20여년 전만해도 크로스오버는 매우 생소한 시도였다.
박상현 지휘자는 지난 2003년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19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전 사회가 위기에 빠졌던 때 예술단체들은 더욱 극심한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그 가운데서도 묵묵히 팀을 이끌어온 박 지휘자를 지난 11일 서울 이태원의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났다.
"'모스틀리(mostly)'는 영어로 '거의, 대부분'이라는 뜻이죠. 창단할 때부터 보통 오케스트라들이 하는 클래식은 기본이고 이를 넘어서 뮤지컬, 영화음악, 게임음악, 팝, 재즈, 가요 등 모든 장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지향했어요."
서울대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을 전공한 박상현 지휘자는 이후 불가리아로 유학을 떠나 소피아 국립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오페라 지휘를 동시에 수학했다. 이후 KBS교향악단과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 국립교향악단, 국립합창단 등에서 객원지휘하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스위니 토드' 음악감독으로 활동했을 뿐 아니라 영화 '왕의 남자'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지휘하고 녹음하기도 했다. 음악이라는 큰 틀 안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 안에서 나름 다채로운 삶을 추구해온 셈이다.
박 지휘자는 "한 우물을 파면 성공한다는 얘기가 불문율처럼 있지만 지휘는 한 우물만 파는 직업은 아니고 오히려 멀티플레이어적 기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찌보면 성악가보다 노래를 잘 할 수 없고 악기 연주자보다 당연히 연주를 잘 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의 컨디션과 음악성을 잘 통제하고 통합하고 연습을 통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것들에 대한 박 지휘자의 개인적인 관심은 결국 그의 교향악단의 특성을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하게 만들었다. 박 지휘자는 "아마 저희 교향악단처럼 다양한 장르의 곡을 연주하고 소화해낸 악단이 없을 것"이라며 "처음 이러한 취지로 교향악단을 시작했을 때는 오히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고 질타를 받기도 했었는데 그 때도 저는 시간이 지나면 다른 교향악단들도 제가 해왔던 길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 믿었다. 지금 보면 수많은 오케스트라들이 장르를 넘어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만을 고수한다면 그저 홀로 연주를 해도 된다"며 "민간 연주단체는 표를 사주시는 관객을 기반으로 운영되기에 고자세로 내가 원하는 음악만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러니다. 관객의 입맛과 눈높이를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고 이를 통해 점차 가요만을 알고 좋아하던 사람이 '클래식도 괜찮네' 하고 여기게 하는 것, 클래식만을 좋아하던 사람이 '뮤지컬 음악도 괜찮네' 하고 여길 수 있도록 음악의 저변을 넓혀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이낸셜뉴스 창간 21주년 기념음악회에서 그와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박 지휘자의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클래식 곡들로 구성된 1부 공연은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로 문을 열고 피아니스트 원재연과 함께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16번'이 연주된다. 2부에서는 뮤지컬배우 민우혁과 함께 '레미제라블', '황태자 루돌프', '지킬앤하이드'의 주요 넘버를 연주하고, CCM 가수 소향과 '유 레이즈 미 업', '마이 하트 윌 고 온' 등 팝송을 선보인다.
박상현 지휘자는 "공연이 펼쳐지는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이기도 해 조국을 사랑한 음악가로 유명한 시벨리우스의 곡을 선곡했다"며 "피아니스트 원재연과 협연하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어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관객이 없는 연주자는 의미가 없다"며 "코로나 시국에도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이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행복한 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