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만드는데서 가정간편식? 미안하다, 이제야 맛봐서..LF푸드의 모노키친

      2021.05.21 04:00   수정 : 2021.05.21 14:23기사원문






"LF는 패션기업이잖아. 거기서 먹거리를 만든다고?"

'맥도날드 햄버거편'에 등장했던 이정은 기자가 다음 순서로 LF를 추천했을 당시 나의 첫 반응이다. LF의 자회사 LF푸드가 '모노키친' '크라제' 등의 브랜드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한 줄 진정 난 몰랐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LF푸드를 검색해봤다.

무엇보다 '식품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해 식문화를 제안한다'는 모토가 마음에 든다.

'이웃' 인터넷 포털에서 모노키친의 온라인몰 '모노마트'를 찾아서 회원가입을 한 다음 메뉴 고르기에 나섰다.
원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식자재 마트여서 그런지 닭꼬치와 해물 오코노미야끼, 치킨가라아게, 토마토 홍합스튜, 바비큐폭립 등 다른 데서 보지 못했던 몇몇 음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주 한 잔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군침이 돈다. 하지만 내 입맛대로 장바구니에 담았다가는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가 힘들다. 아내와 딸의 입맛까지 고려해 랍스터 갈릭버터치즈구이, 간사이풍 소고기 스키야끼, 소고기 타다끼, 베이징풍 찹쌀탕수육, 광둥식 레몬크림새우 등을 골라담았다. 제일 구미가 당겼던 바비큐폭립이 판매가 종료됐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대신에 한때 애정하던 '크라제버거'의 추억이 떠올라 아내 몰래 '크라제' 브랜드의 미트칠리치즈프라이즈와 비프스테이크를 따로 주문했다.

소고기 스키야끼 '최고의 맛' 금요일 저녁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다음날 출근에 대한 압박이 없으니 마음 편하게 반주를 즐길 수 있다. 아내가 준비한(말 그대로 준비만 할 뿐 음식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내몫이다) 메뉴는 간사이풍 소고기 스키야끼와 소고기 타다끼다. 집에서는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라 기대가 크다. 소고기 타다끼는 소고기를 썰어낸 후 직화로 겉을 재빠르게 익힌 것이다. 모노키친 메뉴 가운데 나를 제일 힘들게 만들었다. 준비과정은 가장 단순한 데도 말이다. '흐르는 물에 15분간 해동하고, 얇게 썰어 특제소스를 뿌리는' 것이 내가 한 일의 전부다. 하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멍하니 기다리는 것 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세상에 없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다행히 소고기 타다끼는 참고 기다릴 만한 값어치가 차고 넘친다. 고기의 굽기 정도는 미디엄 정도다. 스테이크의 풍미와 육회의 맛을 동시에 즐긴다고 보면 된다. 질기지 않고 쫄깃쫄깃하다. 바싹 익힌 고기만 좋아하는 아내는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멋지게 플레이팅을 해서 와인과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다. 나는 소주 한 잔 털어넣고, 고추냉이를 올려 먹는다. 와인도, 값비싼 일식당도 부럽지 않다. 이번에는 밥 한 숟갈 떠서 고추냉이를 올리고, 소고기 타다끼 한 점으로 감싸니 어럽쇼 초밥이 됐다. 타다끼의 변신은 '맛있어서' 무죄다.

포장을 뜯었을 때는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썰어 놓고 보니 절대로 적지 않다. '소주 한 병을 더 까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 밥반찬으로 내놓은 간사이풍 소고기 스키야끼는 지금껏 먹어본 HMR 가운데 최상위 다섯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맛이나 모양새는 우리 음식 불고기와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훨씬 풍성하다. 부드러운 연두부 튀김, 당면이 가득 든 유부주머니, 아삭한 식감의 연근과 그린빈(껍질콩)이 더욱 구미를 당긴다. 초등학생 딸아이가 말없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진짜 맛있나 보다. 아이들의 입맛은 정직하니까.

제품 포장에 '계란을 풀어서 소고기를 찍어 드세요' '남은 육수로 볶음밥이나 죽을 만들어 즐기세요'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먹기에 바쁜 나머지 맛팁을 따라할 새가 없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남은 국물에 밥을 비비기만 해도 꿀맛이다. 간사이(關西)는 일본 오사카와 교토 등이 포함된 지역이다. 간사이풍은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식'이라고 할까. 도쿄가 속한 간토(關東)와는 재료와 조리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간토풍의 스키야끼가 궁금해진다.

집에서 즐기는 랍스터 '굿' 토요일 오후는 가끔 아내와 단 둘이 보내야 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오래 살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딸아이를 처제에게 맡기고 돌아와 냉장고에 첫 번째로 꺼낸 메뉴는 랍스터 갈릭버터치즈구이다. 와인을 즐기는 아내가 200% 만족할 거다. "밖에서도 먹기 힘든데 하물며 집에서 먹는 랍스터라니." 아내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전문 레스토랑에 비하면 4분의 1 가격이지만)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싸기도 하고, 손도 많이 간다. 그래서 더 맛있는 지도 모르겠다.

제법 큼지막한 글씨로 2인분이라고 쓰여 있으나 '딱 내 사이즈'라고 해석한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이 530g으로 배를 채우기는 무리"라며 아내가 핀잔을 준다. "더 큰 놈으로 주문할 걸" 후회가 마구 밀려온다. 레시피에는 손질 시 내장과 다리를 분리해서 다리는 '황제라면'으로 즐기고, 내장은 볶음밥을 해 먹으라고 적혀 있다.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작다고 전해라." 아내의 대답이다.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간지 12분 만에 랍스터를 영접한다. 캐나다산 제철 랍스터를 얼렸다더니 살이 제법 탱탱하다. 꼬리부터 몸통, 다리까지 정성껏 살을 발라 아내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갈릭버터소스와 치즈까지 잘 어우러져 고급진 맛이 난다. 화이트 와인이랑 궁합이 좋다"는 아내의 평가다. 비린 걸 싫어하는 아내가 파란 내장이 묻은 살만 골라 내게 건넨다. 이 마저도 맛나다.

음식을 만드는 데는 20분 가까이 걸렸는데 먹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다. 그만큼 맛이 좋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석달 만에 4만개 가까이 팔렸다"는 LF푸드 측의 자랑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광둥식 레몬크림새우는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무엇보다 새우가 큼지막해서 마음에 든다. 타피오카 전분을 넣어 더욱 바삭하고 쫄깃하다고 했는데 반(쫄깃한)은 맞고, 반(바삭한)은 틀렸다. 우리집 에어프라이어의 성능을 과신한 탓이다. 1층에 레몬크림새우, 2층에는 찹쌀탕수육을 넣고 돌렸는데 시간 설정을 잘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레몬 착즙액을 사용한 새콤달달한 소스가 전체적인 맛을 살렸다. 이 정도로 맛있는 레몬크림새우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굳이 중국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될 법하다.

베이징풍 찹쌀탕수육의 단점은 소고기 타다끼와 마찬가지로 시간이다. 에어프라이어로 무려 15분(레시피 기준)을 돌려야 한다. 혹시나 해서 1분을 추가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던 모양이다. 맛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3시간 동안 저온숙성한 덕분에 돼지고기의 잡내를 확실히 잡았다. 목이버섯, 파인애플, 레몬, 오이가 들어간 소스도 새콤달콤하니 '취향 저격'이다. 아내는 "튀김옷이 두껍다"고 투덜대지만 내 보기에는 집 근처 중국음식점보다 훨씬 나은 듯싶다. 아내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맛난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이 시간이 참 소중하다. 아차 설거지가 남았다.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이겼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프로야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양보는 불가하다.

크라제버거의 맛있는 추억 지금은 찾기 힘들지만 크라제는 10여년 전까지 아주 좋아하던 햄버거 브랜드다. 한 입에 넣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두툼한 '마티즈버거'를 즐겨 먹었다. 모노마트에서 크라제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미트칠리치즈프라이즈를 구입했다. 에어프라이어에서 15분을 돌려야 한다. 바삭하게 먹으려면 3분을 더 돌려야 한다기에 18분을 꽉 채웠다.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해치워야 하는 데 시간이 참 더디간다. 바삭한 맛을 내는 데 실패했다. 미트칠리소스와 체다치즈소스를 부었더니 다시 눅눅해졌다. '부먹' 아니고 '찍먹'으로 갔어야 했다. 매콤짭조름한 게 맥주 안주로 딱이다. 추억의 맛이다. 양파나 다른 야채를 썰어 넣었더라면 간이 제대로 맞을 뻔했다. 살짝 아쉽다. "에라 모르겠다. 후다닥 한 잔 마셔야지." 자연스럽게 발길이 냉장고로 향한다.


내게는 아직 크라제 함박스테이크가 남았다. 조만간 빵을 사다가 햄버거를 만들어봐야겠다.
맛나게 먹었던 크라제버거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날 것만 같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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