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국산화 넘어… 항공우주 분야 첨단소재 상용화 꿈"

      2021.05.24 18:00   수정 : 2021.05.24 20: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창원(경남)=김만기 기자】창원 도심과 산업단지 사이에 위치한 소부장 핵심 연구기관 재료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의 이정환 초대 원장은 소부장 국산화라는 과업을 넘어 제2연구원을 중심으로 항공우주산업의 재료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극한소재 상용화를 꿈꾸고 있다. 이정환 원장은 마지막 재료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뒤 재료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4일 창원 본원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만난 이 원장은 "연구원 생활 마무리를 제대로된 재료연구의 설계와 실행을 위한 첫단추를 꿰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소부장 난세에 스포트라이트

2019년 일본 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사태에 창원의 작은 부설연구소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설연구소를 중심으로 일본이 전략무기화 했을 경우 가장 심각한 소재부품장비를 파악해 100대 품목을 선정했다.

이 원장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재료연구원으로의 승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재료연구원 구내식당보다 국회 식당을 더 많이 이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했다.

재료연구원이 필요한 이유 중 첫 번째로 제대로 된 재료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국가에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것.

우리나라 산업은 지금까지 가공과 성형, 조립 기술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이 기술들이 세계적으로 평균화가 이뤄졌다. 이 원장은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연구분야는 재료 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재료연구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재료정책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을 그리는 연구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재료를 연구하고 있지만 한 분야의 시스템에 들어가는 재료연구를 하다 보니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미래를 위한 제2연구원

재료연구원 연관 단어에는 탄소중립, 소부장, 인공지능, 코로나 극복, 소재강국 등이 있으며, '제2연구원'이라는 단어도 포함돼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평균 면적은 7만여평이지만, 재료연구원은 고등학교 캠퍼스 정도인 2만평 남짓에 불과하다. 45년 전 지금 위치에서 출발을 해 그대로다.

연구원 승격전에도 연구개발과 기업지원을 위해서는 공간확보가 절실했다. 그러던 중 창원시가 진해구의 옛 육군대학 부지 2만6000평을 제공하면서 연구원과 지역 기업들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재료연구원은 1단계로 오는 2023년까지 이곳에 스마트 파워유닛 제조센터, 금속 소재 자립화센터, 안전 소재 실증센터 등을 짓는다. 이어 기술사업화 센터, 초고온 소재 평가센터, 항공 소재 국산화 실증센터 등 연구동 4개를 추가 신축하는 2단계 사업을 오는 202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제2재료연구원 조성에는 대략 382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소재 실증센터는 중소중견기업이 만든 제품을 실증해 대기업이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또 초고온 소재 평가센터는 극한소재를 실증화하기 위한 연구동이다. 극한 소재를 연구개발해 모든 산업의 퀼리티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 원장은 "일본도 2차세계대전 이후 대형 천체 망원경을 개발하는 등 대규모 극한 사업을 통해 산업 경쟁력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AS처럼 기술이전도 AS

재료연구원은 중앙 정부기관이지만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전체 사업비의 20%를 지역 기계 재료 기업들을 위해 쓰고 있다. 재료연구원이 부설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승격했을 당시 축하 플랜카드가 창원지역에 400개 가까이 걸렸다. 그만큼 지역 기업과의 친화력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원장은 "내가 항상 주장하는 게 전국체전에서 우승해야 올림픽도 우승하는 법, 지방 기업을 위해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료연구원은 소재의 원천기술 개발이 60%, 나머지 40%가 원천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연구원 역할과 책임(R&R)에도 '소재분야 원천기술 개발과 실용화'가 명시돼 있다.

보통 연구기관은 실용화를 위해 기술이전하면 다른 프로젝트를 찾는다. 새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중장기적이고 임팩트 있는 대형 연구를 선호한다.

재료연구원이 실용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술이전 AS 사업'. 이 원장은 "가전제품 하나를 사도 AS를 1~2년간 받는데 산업환경은 수많은 변수가 있고 계속 변화가 있는데 이에 따른 AS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재료연구원은 기술이전 후 '기술 이전 AS사업'이 따로 책정돼 연구비로 지원한다.

■소부장 국산화 선봉장 자임

재료연구원이 그동안 다양한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기여했다. 그중 대표적인 제품은 블레이드.

재료연구원은 두산중공업 등 창원국가산업단지 기업들과 협력해 지난해 1m급 고강도 타이타늄 블레이드를 국산화했다. 여기에 필요한 단조·가공·장착·평가 과정을 모두 국산화했다.

블레이드는 가스터빈, 스팀터빈 등에 들어가는 날개로 발전설비 출력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이다. 연료를 적게 쓰면서 고출력을 얻으려면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가볍고 단단하면서 커야 한다. 지금까지 이 블레이드를 일본 등 외국에서 전량 수입했다.


또 하나의 성과는 세라믹 볼 베어링. 베어링 장비는 고정밀화, 고내구성을 추구하려면 세라믹 볼 베어링이 필요하다. 세라믹 볼 베어링의 원료가 되는 분말 소재도 국산화했다.
재료연구원은 일본 수입규제 사태가 있기 전부터 이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정환 원장 약력
△한양대 정밀기계공학과·연세대 석사·홍익대 금속공학 박사 △1982년 재료연구소 입사 △융합공정연구부장·산업기술지원본부장 △기계소재부품기업지원사업단장 △한국재료연구소장 △한국산업기술인회장(현) △한국재료연구원 초대 원장(현)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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