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컷오프 여론조사 방식, 왜 잘못 됐다고 할까
2021.05.26 15:08
수정 : 2021.05.26 15:08기사원문
국민의힘 유경준·하태경 의원은 각각 “노인 정당 인증하는 꼴,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030 당원의 참여 막는 꼼수 조사”라며 날을 세웠다. 20~30대 당원을 40대와 한 집단으로 묶게 되면 청년들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 “20·30대, 40대와 왜 묶나”
통계청장을 지낸 유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선 컷오프를 위한 여론조사 방식을 문제 삼았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첫 관문인 컷오프 여론조사는 이날부터 이틀 간 진행된다. 당원투표와 일반시민 여론조사가 절반씩 집계된다. 결과 발표는 27일이다.
그가 꼽은 우선적인 문제는 연령별 구분 및 할당 방식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연령별 비중을 40대 이하(27.4%), 50대(30.6%), 60대 이상(42%) 3개 그룹으로 나눠 할당하는데, 이 방식대로라면 청년 몫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40대 이하가 청년 몫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30대 응답률이 저조하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40대 이상의 목소리만 대변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에 그는 “노인 정당임을 인증하는 꼴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모처럼 눈길을 준 청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사 대상 연령을 10세 단위로 쪼개자고 제안했다. 유 의원은 “20대, 30대, 40대로 나눠서 각각에 비례할당을 해야 한다”며 “20대, 30대에는 각각 최소 10%씩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하태경 의원 역시 동일한 지적을 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2030 당원의 참여를 막는 꼼수 여론조사는 반칙”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책임당원, 일반당원을 합친 선거인단의 세대별 구성은 20대 4.6%, 30대 8.9%, 40대 16.4%, 50대 29.5%, 60대 이상 40.6%다. 이렇게 세대를 구분해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이번에 20~40대 당원을 묶어 조사한다고 한다. 40대 응답률이 높기 때문에 2030은 배제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하 의원이 제언하는 바 또한 유 의원과 같다. 20대, 30대, 40대를 분리해 연령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세대 확장에 실패하면 정권 교체도 불가능하다”며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이 같은 꼼수와 반칙을 밀어붙였는지 진상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호남 할당 불과 0.8%, 지지자만 조사
유 의원은 같은 글에서 호남권 배제문제도 짚었다. 그는 “여론조사 대상 1000명 중 호남 지역에 배정된 인원은 8명(0.8%)에 불과하다”며 “아무리 지역별 당원 비례에 따른 것이라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썼다. 수도권은 29.6%, 대구·경북 30%, 부산·울산·경남 30.7%, 충청권 10.1% 강원·제주 4.2%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이의 제기를 받고 호남권 비율을 2%로 상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 당이 전국권으로 발돋움하려면 최소한 5~10%의 기본 할당을 적용하고 그 후에 당원 비례할당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도 잘못으로 꼽았다. 유 의원은 “당원과 일반 국민 간 조사의 차이를 둔 것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고자 함이다”라며 “정작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측은 소위 ‘역선택 방지’를 위해 일반시민의 범위를 자당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했는데, 이 방식이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이다.
끝으로 그는 “숫자로 장난 치는 자 숫자로 망한다”며 “의도적으로 이런 숫자를 밀실에서 모의하고 방관, 동조한 자가 있다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27일 오후 결과가 나오는 컷오프를 거치면 8명의 당 대표 후보는 5명으로 추려진다. 이들은 본 경선에서 당 대표 자리를 놓고 최종 경쟁을 벌인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