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관, 정권 겨냥 수사 소극적..“기소 여부 차기총장과 논의해라“
2021.05.28 13:51
수정 : 2021.05.28 13: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관련자들을 기소하겠다는 대전지검의 보고에 대해 기소 여부를 차기 총장과 논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새 검찰총장 취임 후 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단행될 경우 윤석열 전 총장이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원전 수사는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가스공사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다.
하지만 조 대행은 '중요 현안에 대해 권한이 한정된 총장 직무대행이 결론을 내리기보다 후임 검찰총장이 와서 사건을 처리하는 게 맞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 안팎에선 조 대행이 김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 주요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수원지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조치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도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으나, 이에 대한 판단도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조 대행이 이광철 비서관과 백 전 장관, 채 전 비서관의 기소 방침을 모두 승인할 경우 안게 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정부 들어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에 임명된 조 대행은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국면과 검찰 인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모해위증 의혹 처리를 두고 여권 및 법무부와 각을 세웠지만 반대로 검찰 내부에선 두터운 신망을 쌓았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정권 겨냥 수사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검찰 내부에선 검찰의 중립성이 더 크게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김오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오는 31일까지 보내달라고 다시 요청,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대검은 사실상 '김오수 체제'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