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실업급여 1조씩 나가는데… 고용보험기금 바닥 '초읽기'

      2021.06.03 18:00   수정 : 2021.06.03 18:34기사원문
고용보험기금이 연내 바닥을 드러낼 위기에 처했다. 3일 정부가 특별고용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당초 6월 종료에서 약 3개월(90일) 더 연장키로 결정하면서 기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늘게 됐다. 7월부터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지급과 청년채용특별장려금 사업 등도 시행된다.

올해 3월 역대 최고치(1조1790억원)를 경신한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3개월 연속 1조원대를 이어갔다. 모두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 지원금이다.
고용보험기금이 화수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구멍날 적립금을 채워내야 한다. 이에 고용보험료율 인상론도 제기되지만 다음 정권으로 부담이 넘어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2020년 고용보험기금의 적자 규모는 5조3292억원에 달한다. 고용보험기금은 2012~2017년 6년간 흑자를 유지하다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 2019년 2조87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고,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세입보다 세출이 더 클 경우 고용보험기금은 적자가 된다.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2017년 10조2544억원 △2018년 9조4452억원 △2019년 7조3532억원 △2020년 1조9999억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적립금은 올해도 4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돼 올해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고용부는 기금 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투입했고, 지난해 4조6999억원을 공자기금에서 대출했다. 올해도 3조2000억원을 추가로 끌어올 계획이다. 하지만 공자기금은 정부에서 빌린 엄연한 고용보험기금이 갚아야 할 빚이고, 매월 이자도 내야 한다. 연말까지 갚아야 할 대출이자는 1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기금을 뺀 최근 3년 고용보험기금의 누적 적자액은 8조원을 넘는다.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경기변동에 따라 지출구조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면서 "과거 2007~2011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5년간 적자가 지속됐지만 이후 2012~2017년 경기회복에 따라 6년간 흑자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근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증가한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해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실직자 생계안정 등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를 위해 노사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개선TF에서 재정건전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7월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은 물론 실업급여, 청년채용장려금 등 올 하반기 동안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갈 지원금이 줄줄이 있다.

우선 고용보험기금 지출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올 1~4월에만 총 4조3121억원이 지급됐다. 올 들어 2~4월 3개월 연속 1조원대를 넘었고,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충격이 계속되고 있어 실업급여 지급액은 당분간 1조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 여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7조원 이상 잔여예산이 있기 때문에 현재 추이가 유지되거나 더 악화하지 않는다면 당초 예산범위 내에서 소화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신 통계인 지난 4월 기준으로 잔여예산 7조원을 올해 남은 기간인 8개월로 나누면 매월 약 8750억원의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1조원 가까운 실업급여 지급액이 이어질 경우 빠듯한 수치다.

7월부터는 중소·중견기업이 정규직으로 청년을 고용할 경우 1인당 월 75만원씩 연간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는 '청년채용특별장려금' 사업도 시행된다. 고용보험기금 운용계획을 바꿔 예산을 마련했고, 2년간 7290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또한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국정목표에 따라 7월부터는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12개 특고직종에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 2일 기재부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자체수입 재원(보험료)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재원구조 적정성 평가에서 '적정' 판정을 받았다. 다만 평가단은 "코로나 지원금으로 인해 경상지출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용보험료율 변경, 효율적 관리 등 추가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가 여전한 만큼 고용보험료율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