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조직개편, 급조보다 신중함이 낫다
2021.06.07 18:00
수정 : 2021.06.07 18:02기사원문
지난 3월 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가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정부는 매머드급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지난 2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LH 투기 의혹은 4·7 보궐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특수본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경찰은 LH 직원을 달랑 2명 구속했다. 그중 한 명은 3기 신도시가 아니라 전북 완주에서 땅을 사들인 혐의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더니 딱 그렇다. LH를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땅을 주무르는 공기업이라면 단 한 명도 투기 의혹을 사선 안 된다. 특수본이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선 LH를 투기꾼 집단으로 매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개편은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확정해도 늦지 않다.
7일 혁신안을 보면 신도시 조사 기능을 국토부가 회수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앞으론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중앙부처 공무원이 한다는 뜻이다. 노 장관은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 안에 토지조사과를 신설하고 인력은 약 2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정보 단속으로 투기를 차단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권한 비대화라는 잣대를 대면 토지조사과 신설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지난 3일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주택정책의 분권화가 시급하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앙 주도의 주택정책이 수도권 비대화와 난개발을 초래했다"며 "주택정책에 대한 중앙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을 둘러싼 지자체의 불만도 비등하다. 이런 판에 국토부는 오히려 신도시 택지 조사 기능을 추가했다. 투기 의혹에서 비롯된 LH 혁신이 국토부 권한 강화로 귀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