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피워 극단선택하다 13개월 아들만 사망케 한 20대 남자
2021.06.11 07:43
수정 : 2021.06.11 07:43기사원문
집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한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 받았다.
이 남성은 원심에선 징역 17년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 법원이 살인 혐의를 확정적 고의 대신 ‘미필적 고의'에 따른 살해로 인정하면서 7년이 감형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제3형사부(김성수 재판장)는 살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2월 3일 오전 4시께 경기 시흥지역 소재 자신의 주거지 내 다용도실을 밀폐한 뒤 번개탄을 피워 생후 13개월 아들 B군을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같은 해 1월 31일~2월 2일 B군을 음식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한 채 집을 비우는 등 방임행위를 하는가 하면 이마를 2차례 밟기도 했다.
검찰은 자신의 부인이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다고 의심한 A씨가 이복형으로부터 'B군이 아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에 더 큰 의심을 품게 됐다고 봤다. 이에 같은 해 2월 1일 A씨는 화장실 창문 등에 테이프를 붙여 밀폐한 뒤 이튿날 주거지 인근 마트에서 번개탄 4개를 구입해 불을 피우는 방법으로 범행을 벌였다.
검찰은 B군이 숨지는 순간에도 A씨가 맥주를 마시며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포르노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등 명백한 계획적 살인임을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A씨가 B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등 최소한의 양육을 했고 '동반자살'까지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미필적 고의를 넘어서 A씨 범죄를 '확정적 고의'로 판단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살인고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복형으로부터 친자가 아닐지 모른다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A씨는 실제로 B군을 계속 양육했고 유전자 검사도 실행하지 않는 점을 보면 친자여부를 정말 의심했는지 보기 어렵다"며 "A씨와 B군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 차이만 들어도 이들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신의 처나 이복형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예약문자를 저장해 B군을 발견 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비록 불충분하지만 아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도 있어 보인다"며 "확정적 고의를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어 이 부분 항소에 대한 A씨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