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오픈카 몰다 여친 사망…‘살인 vs 과실’ 공방
2021.06.17 15:23
수정 : 2021.06.17 17:54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오픈카를 타고 제주여행을 하다 음주운전으로 여자 친구를 잃은 30대가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이 남성이 고의적으로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고, 변호인 측은 음주운전에 의한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7일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4)씨에 대한 첫 공판을 가졌다.
A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 친구 B씨가 튕겨 나가며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당시 A씨는 0.118%로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시속 114km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로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렌터카는 지붕이 없는 수입 오픈카다.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B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갔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B씨는 결국 이듬해 8월 숨졌다.
■ 검찰 “안전벨트 미착용 확인, 고의로 사고 일으켜”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A씨가 B씨를 살해할 마음으로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A씨가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B씨를 확인하고도 과속으로 렌터카를 몰아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와 B씨는 2019년 11월 9일 함께 제주로 여행을 왔고, 사고 무렵 서로 다툰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카카오톡 문자와 녹음 파일 내용 등을 토대로 A씨가 B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 변호인 “결혼 앞둔 사랑하는 사람 살해 이유 없어”
이에 대해 A씨와 변호인은 음주운전 중 과실로 인한 사고는 인정하지만, 살인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A씨는 ‘B씨와 술을 마시고 사고까지 과정을 기억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사고 직전 B씨와 술을 마셨는데 중간부터 기억이 없다. 차량에 어떻게 탔는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망인과 유족에 깊이 사죄하고 있다”며 “다만 이 사건이 살인으로 기소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는 단순 음주사고였는데, 유족이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바뀌었다”며 “피해자와 결혼을 앞둔 피고인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유가족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너무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판단 못하는 상황”이라며 오는 8월 9일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두 번째 공판을 갖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에는 수사 경찰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이 증인으로 나온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