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과 조건없이 만날 수 있다"
2021.06.21 19:47
수정 : 2021.06.21 19:47기사원문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가진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우리측 제안에 호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으로,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며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도 김 대표는 북한의 대화 호응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대결"을 언급한 것을 거론, "미국은 대화 제안에 대한 평양(북한 당국)의 회신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대화'를 직접 언급한 것이 미국측 제안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점도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나' 북한과 만날 수 있다는 미국은, 다만 북한이 대화의 선결과제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에는 선을 그었다. 구체적인 유인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한·미·일 협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북한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들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국가들의 결의안 이행을 특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대북제재는 이행을 지속한다며 국제질서에 입각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공을 세게 쳐서 북한에 넘긴 것"이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것도 북한이 이미 거부한 얘기이기 때문에 대북 유화 메시지라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북한이 담화 등을 통해 '미국이 먼저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분명히 한 만큼,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제안이 사실상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21일 노동신문에 북한 주재 중국대사의 우호적 기고문이 실린 것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화 재개에 앞서 북·중 간 사전 조율을 거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교수는 "북·중이 상호 협력을 확인하는 전략적 소통을 한 것"이라며 "북한과 미국은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당분간 상황을 살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성 김 대표는 22일 오전 이인영 장관과 대북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또 통일부 차관과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고위급 간 양자협의, 국장급 회의도 잇따라 진행된다. 통일부 측이 식량·백신 협력에 적극적 의사를 밝힌 만큼, 인도적 지원 논의가 주가 될 전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