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 면허 있어야만 안경점 개설 가능...헌재 “합헌”

      2021.06.29 06:00   수정 : 2021.06.29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가 ‘안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 안경점을 차릴 수 있다’는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국민 보건상 필수적’이란 합헌 의견과 ‘직업의 자유 침해’라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5대 4로 갈렸지만 위헌결정의 정족수(6인)에 미치지 못하면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A씨가 ‘안경사가 아니면 판매업소를 개설할 수 없다’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12조 1항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동법 30조 1항이 위헌이라며 낸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헌법불합치)로 합헌 결정했다.



A씨는 안경사 면허가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면허를 빌려 안경점을 개설·운영해 왔다. 법인을 세우고 영업점을 9개까지 늘리던 중 의료기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A씨가 안경사에게 안경점을 형식적으로 빌려줬고, 개설명의자가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약정서도 쓴 점을 위법하다고 봤다.

A씨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지난 2016년 12월 A씨는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A씨가 운영하던 법인 B사에게는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A씨는 이듬해 항소했고, 항소심 도중인 같은 해 10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A씨는 “국민의 시력보호가 목적이라면 안경을 취급하는 사람이 안경사이면 되는 것이지, 경영 자체를 안경사에게만 허용할 이유가 없다”며 “의료법상 병원도 마찬가지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등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국민의 눈 건강 향상을 위해 조항이 필요하다”고 봤다. 헌재는 “눈과 관련된 국민건강보건과 소비자 후생은 매우 중대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경점 개설 자체를 한정한 건 국민보건 향상에 필요한 조치로, 제한되는 사익에 비해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재판관 4명은 또 독과점과 비용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했다. 헌재는 “법인이 허용되면 영리추구 극대화를 위해 무면허인 사람이 안경을 조제하거나 소비자에게 과잉비용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경의 잘못된 조제로 인해 분쟁이 생길 경우 책임 소재가 불투명해지고 무면허자 고용도 차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유남석·이석태·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직업의 자유의 침해”라고 판단했다. 유 재판관 등은 “지나친 영리추구 등 우려는 안경업소 개설 주체보다 안경의 조제·판매에 있어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안경사의 의사결정권한 유지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안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형태 개설마저 막는 건 필요 이상의 제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기사법에 있는 위헌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문제는 입법자가 제반사항을 고려해 결정할 일”이라며 “따라서 법상 ‘법인에 관한 부분’에 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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