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토론배틀
2021.06.30 18:35
수정 : 2021.06.30 18:35기사원문
영국인은 토론의 달인으로 불린다. 웬만한 중·고등학교에는 토론시합이 있다. 주어진 주제를 놓고 격렬하게 찬반토론을 벌인 후 막판에 서로 찬반그룹을 바꿔 토론하게 하는 묘미가 있다. 토론 도중 화를 내거나 인신공격을 하면 감점을 받는다.
상대방 말을 끝까지 듣고 논리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게 핵심이다. 이 토론방식이 진화한 게 바로 영국 하원의 당수 정례토론인 '퀘스천 타임'(question time)이다.
18세기부터 시작된 영국 '더 클럽'은 토론문화의 대명사다. 내로라하는 정치인·작가 등이 일주일에 한 번 선술집에 모여 다양한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게 시초다.
최근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입인 대변인단을 토론배틀로 뽑겠다고 해서 화제다. 다양한 사회 이슈를 던져주고 스포츠 경기처럼 16강, 8강전을 거쳐 7월 5일 최종 4명을 선출한다. 도전자만 564명에 달하고 70대부터 10대 고교생까지 직업군·연령대도 다양하다. 보수당이 취약한 20·30대만 70%가 넘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 대표가 바른정당 시절인 지난 2017년 영국 하원 토론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 대학생 토론배틀이 원조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지방선거 공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참이다. 당분간 보수당에서 정치를 하려면 토론 전문학원이라도 다녀야 할 판이다.
토론배틀을 두고 기회의 균등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비공개 예선에 따른 편파 시비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깊은 실력보다 얕은 말로 당락이 좌우된다는 지적도 있다. 찬반을 떠나 계파와 줄세우기에 익숙한 정치판에서 모처럼 나온 참신함이 좋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