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미미한 은행권 女 리더...ESG 차원 육성의 명과 암
2021.07.12 18:26
수정 : 2021.07.12 20:39기사원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임원은 총 11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성 임원은 6명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29명 중 1명, 신한은행은 33명 중 3명, 하나은행은 23명 중 2명, 우리은행은 29명 중 0명이었다. 이 은행들은 5년 전에도 여성 임원이 2~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외국계은행의 경우는 비교적 많았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임원은 총 45명인데, 이 중 여성 임원은 12명에 달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27%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틈만 나면 여성 리더 육성 등을 표방하며 고질적인 유리천장 타파를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은행 내에 여성 리더들의 규모가 극히 미미해 이 같은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세인 ESG 경영 기조와 맞물려 양성평등 및 여성 리더 육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ESG 경영에서 'G'(지배구조)와 'S'(사회)를 감안한 조치이며, 여성임원의 비율이 높을수록 ESG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위 스타(WE STER)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또한 KB증권의 '밸류업 과정' 등 계열사 경로를 통해서도 여성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KB금융은 2023년까지 KB국민은행 임원의 20%, 팀장의 30%, 직원의 40%까지 여성인재로 확보한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은 지난 2018년 금융권 최초로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운영해 현재 4기 체제에 돌입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조직운영·사업추진·커뮤니케이션 등과 관련해 다양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은행도 최근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와 '우리 WING'을 각각 출범시켰다.
다만, 이 같은 ESG 경영 기조와 맞물린 여성 리더 육성 분위기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최근의 ESG 경영 기조도 이전에 수없이 명멸했던 기조들처럼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자칫 단발성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실질적으로 여성 리더를 거의 배출하지 않았던 은행권이 갑자기 부상한 ESG 바람에 편승해 기계적이고 의무적으로 여성 리더 육성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고, 추후 이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