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으니 아무데나 앉으세요"…2인 손님도 없는 '2인 모임' 첫날

      2021.07.12 19:33   수정 : 2021.07.12 19:39기사원문

"아무데나 앉으세요. 어차피 손님 없어서 괜찮습니다."

서울 종로구 70대 곱창집 업주 안모씨가 이같이 말했다. 수도권 '3인 모임 금지' 조치가 적용되면서 손님들의 간격 유지도 각별히 신경써야 하지만, 매장이 텅 비어 어느 곳을 앉아도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안씨네 매장은 8인 테이블을 4인씩 나누지 않고 있었다. 그는 "이대로라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 '3인 모임 금지'에 알바·식자재 줄이고 '피해 최소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첫날인 1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일대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항간에는 '3인 모임 금지' 조치를 두고 '4명이 식사를 하다가 오후 6시가 되면 쫓겨나는 거냐'며 조롱 섞인 말이 나왔으나, 방문객 자체가 적어서 이러한 우려도 불필요해 보였다.

평소였으면 북적였을 유명 맛집부터 종로에서 오랜기간 버텨온 터줏대감까지 모두 한산한 건 마찬가지였다.
음식점 관계자들은 허탈함에 손을 놓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게 고작이었다.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60대 조개구이집 업주 한모씨는 "3인 모임 금지에, 확진자가 1천명이 넘는데 누가 조개구이 먹으러 오겠나"라며 "예약이 없으면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집이었는데 오늘은 한 팀이 전부"라고 말했다. 11년간 종로를 지켜온 한씨는 최근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내놓았으나 문의조차 없다며 허탈해했다.

하루 최대 매출이 700만원까지 치솟던 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은 최근 매출이 3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5~6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매출도 100만원 언저리까지 회복했으나, 지난주부턴 다시 30만원대로 주저앉았다고 한다.

이 고깃집 관계자 50대 이모씨는 "월 임대료가 1700만원인데 하루 30만원도 못 팔아서 어떻게 버티겠나"라며 "직원수도 이미 7명에서 3명으로 줄이면서 벼랑 끝에 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3인 모임 금지로 손님이 줄 것을 대비해 미리 식자재를 대폭 줄여서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 "인센티브 헛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방역당국에 대한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6인 모임', 나아가 '8인 모임' 허용까지 시사하던 게 불과 2주 전 일인데, 되려 '3인 모임금지'가 되도록 무엇을 했냐는 원망에서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재난지원금'을 언급하자 성을 내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곱창집 업주 70대 안씨는 "상황이 급박해서 조치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라며 "수도권 자영업자들 다 죽는 꼴 보고 말텐가. 방역 인센티브니 뭐니 하며 헛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이렇게 화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부터 방역조치가 강화된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샤워장 이용금지와 러닝머신 6km 속도 제한 등 조치로 회원들 발걸음이 뚝 끊겼다.
실내체육시설이 코로나19 고위험군이라는 인식이 높은데다가 샤워까지 할 수 없으니 회원들의 반감이 커진 것이다.

서대문구 헬스장 관계자 60대 김모씨는 "샤워장 이용은 그렇다 쳐도 러닝머신 6km 제한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라며 "지난해 샤워장 금지 조치가 있을때도 피해가 상당했는데 이번에는 더 심할 수도 있을 거 같아"라고 전했다.


강서구에서 역도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영업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해서 다행"이라면서 "회사 내에서 사적 모임에 나가지 말라는 권고가 나오면서 체육관에 나오지 않겠다고 통보한 관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진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