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석탄발전 퇴출 논의..건설사들, 수 조원 손실 우려
2021.07.20 16:00
수정 : 2021.07.20 1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강화로 사업이 확정된 신규 석탄발전의 퇴출이 논의되면서 건설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신규 석탄발전 공사가 좌초되면 건설사들은 시공미수금과 미지급 임금 문제 등이 불거져 정부를 상대로 한 대규모 배상 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사)전력산업연구회가 '신규 석탄발전 퇴출, 과연 정당한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정책세미나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된다는 전망이 주를 이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규 석탄발전 건설에 필요한 투자비는 대개 5조원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금액을 가정해도 자기자본과 금융부채가 각각 1조원, 4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의해 사업이 좌초되고, 금융기관 부채가 쟁송으로 번지면 약 18조원 규모의 유례없는 국가 상대 배상소송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공사인 건설사들은 설비 운영이 중지된 상태에서 소송이 진행되면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시공미수금, 미지급 임금문제 등이 순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서다.
또 시설을 지을 때 적합한 비용을 산정하는 표준투자비 역시 정부의 탈석탄 기조로 과소평가받으며 사업성 타격이 예상된다. 과거 정부가 전력 예비율을 높이고자 시작한 신규 석탄발전 사업이 정권이 바뀌며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용 산정 기준 등을 마음대로 바꿔버리면 앞으로 어떤 민간투자자가 정부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겠나"라며 "이미 건설 중인 발전소들이 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경에 의해 수익성이 악화되면 손실비용에 대한 배상소송이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전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보유한 세계 일류의 석탄발전 기술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원철 전력산업연구회 연구위원은 "아임계압과 초초임계압 등 기술을 적용한 신규 석탄발전은 1GW 가동시 온실가스 배출을 노후 석탄발전 대비 연간 약 86만t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 건설업계는 세계에서 극소수 국가가 보유한 '초초임계압'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부의 탈석탄 기조와 발을 맞추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 강화를 위해 손을 뗀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자금을 투입해 석탄발전 분야에서 친환경 설비와 기술을 개발한 건설사들이 정책 기조의 변화로 사업성이 낮아져 진퇴양난인 상황"이라며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미지 타격까지 겹치며 세계적 기술력까지 사장시킬 판"이라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