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반도체 패권 쥘 'EUV장비' 확보 경쟁 후끈
2021.07.22 18:03
수정 : 2021.07.22 18:03기사원문
전 세계에서 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ASML은 '슈퍼 을'의 위치에서 칩 제조사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다. ASML은 올해 상반기 EUV 16대를 고객사에 인도한데 이어 내년에는 규모가 55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최근에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 또한 D램 공정 내 EUV 도입을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현재 ASML의 EUV 생산능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메모리 업체들의 EUV 장비 확보 여부에 따라 미래의 존망이 결정될 전망이다.
EUV 장비는 1대당 2000억원에 이르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다. EUV 장비는 반도체 생산공정 중 하나인 노광공정(사진을 찍듯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필요하다. 빛의 파장이 짧으면 웨이퍼에 미세하게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최첨단인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의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유일한 장비가 EUV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직접 네덜란드 출장길에 올라 ASML을 방문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뿐만 아니라 D램에도 EUV 장비 도입을 진행 중이었는데 대만 TSMC가 장비를 싹쓸이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ASML과 담판을 지은 이 부회장은 결국 추가 장비 계약을 따냈고, 올해 삼성전자의 EUV 장비 도입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TSMC 두 업체가 EUV 확보 경쟁을 했다면, 앞으로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난야 등 메모리 업계로 점점 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ASML이 매년 생산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독점이어서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으로 인한 EUV 장비 수급 차질은 불가피하다. ASML은 EUV 생산능력을 기존 40대 수준에서 오는 2023년 60대까지 늘릴 계획인데 이미 내년 생산분까지 선주문을 끝낸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EUV를 원하는 기업들이 계속 늘면서 ASML은 꽃놀이패를 쥔 슈퍼 을이 됐다"며 "2·4분기 처음 공개한 EUV 장비 신모델 'NXE:3600D'은 기존보다 몇 백억이나 더 비싸지만 칩 제조사들은 일단 계약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