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드' 발언 비판한 中대사, 대선개입 논란에 "입장표명은 당연"
2021.07.26 05:00
수정 : 2021.07.26 05:00기사원문
한국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 외교 당국이 중국 이익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힐 수 있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주한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싱 대사는 지난 20일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일관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싱 대사는 "중국 정부의 대표로서 중국 국가 이익과 양국 관계 수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싱 대사가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드' 인터뷰에 대해 했던 논평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의 '사드 철회' 주장을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중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싱 대사는 16일 해당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싱 대사는 기고문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인터뷰에서 중국 레이더가 언급됐는데 나는 이 발언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 친구에게서 중국 레이더가 한국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기고 내용을 설명하며 "윤 전 총장이 언급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중국 측의 엄정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중국대사관이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셈이다.
외교부는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 "주재대사는 대외 입장을 표명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기고가 게재된 당일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달라'는 우리 측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외교관이 주재국 정치인의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재국 외교관은 양국관계를 고려해 정치 현안 등 민감한 이슈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중국 측은 국가 이익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여야 대권주자가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대선 정국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향후에도 입장 표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