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이전협의대상아냐" vs "재설치논의해야"
2021.07.26 14:54
수정 : 2021.07.26 17:18기사원문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철거 작업에 나선 가운데 유족들은 반대 의사를 밝히며 나흘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 측은 철거를 위해 현장에 두 차례 발걸음했으나 유족의 반발로 돌아갔다.
■광화문 방문한 서울시 측…입장차만 확인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세월호 유족들이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족 측은 광화문 광장 공사 이후 기억공간을 재설치해달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나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요청하고 있다.
김순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광화문 광장 공사를 방해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공사가 완료된 이후 기억공간을 작게나마 보존·재설치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철거를 강행한다면 유족들은 온몸으로 막아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처장은 세월호 희생자 진윤희 양의 엄마이기도 하다.
서울시 측은 기억공간을 두 차례 방문해 유족과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모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오전 7시20분께 첫 방문에서 기억공간 철거 관련 공문의 요지만 구두로 설명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어 오전 11시께 두번째 방문에선 김 과장과 유족이 대화를 나눴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김 과장은 '강제 철거를 진행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리한 몸싸움 없이 이해와 설득을 통해 철거를 진행할 것"이라며 철거 의사를 거듭 밝혔다.
반면 유족 측은 "서울시에서 계속 찾아오는 게 세월호 가족들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항의했다.
■"철거 계획 변함 없어"…유튜버, 경찰과 실랑이도
서울시는 유족의 반발에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19년 4월 개관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 및 안전전시공간'은 조성 당시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존치하기로 하고 설치·운영한 가설 건축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전임 (박원순) 시장 때부터 구상된 계획이고, 앞으로도 그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선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 유튜버 10여명이 모여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확성기를 들고 "코로나19 방역법을 위반하지 말라" "세월호 참사를 유족이 이용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경찰은 유튜버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폴리스라인을 세우고 기억공간 출입을 제한했다.
한편, 서울시 측은 지난 23일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기 위해 직원들을 보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1시간 30분가량 대치를 이어가다가 서울시 측이 철수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