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청약 열풍에 증권사도 ‘잭팟’…잇따른 청약수수료 신설
2021.07.28 15:39
수정 : 2021.07.28 15:39기사원문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23일부터 온라인 공모주 청약 투자자에게 건당 1500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이전까지 증권사들은 영업지점이나 전화 청약시에는 약 2000~5000원의 수수료가 부과됐지만 온라인 청약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청약에도 수수료를 받기로 한 것이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중 6개 증권사가 비대면 공모주 청약시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달에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 4개 증권사가 비대면 청약 수수료를 신설했다.
이번에 비대면 청약 수수료를 새로 도입한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은 건당 2000원, KB증권은 1500원을 받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브론즈(예탁자산 3000만원 이하) 등급, 삼성증권, KB증권은 일반등급 고객만 수수료를 받는다. 대신증권은 CMA통장 개설고객을 대상으로 온라인청약 수수료 3000원을 면제해주던 혜택을 없앴다.
교보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은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SK증권은 1500원, 신영증권은 2000원을 받는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은 아직 비대면 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하나투자증권은 수수료 신설을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KB증권 등 대형사들은 공모주를 하나도 배정받지 못하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한화투자증권, SK증권은 청약 수수료가 선납이다.
증권사들은 최근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면서 서버 증설 등 운영 비용을 충당하려면 수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공모주 광풍으로 청약이 폭주하면서 일반 공모주 청약일 때마다 서버가 다운됐는데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수수료를 신설한 증권사가 얄미울 수밖에 없다. 올해 7월 하순부터 8월 초순까지 카카오뱅크, HK이노엔,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한컴라이프케어, 아주스틸, 롯데렌탈 등 굵직한 기업들의 공모청약 일정이 예정된 가운데 급작스레 수수료를 신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IPO 기업에게 이미 수수료를 지급 받고 있다. 주관사 및 인수사에게 제공하는 기본 수수료가 증권사별 배정액(인수 물량 X 공모가)의 0.8% 수준이다. 예컨대 전체 공모주(6545만주)의 19%를 배정 받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카카오뱅크로부터 39억원(공모가 3만9000원 기준)의 수수료 수익을 챙기게 됐다. 여기에 청약건수 87만4665건에 대한 수수료 수익을 단순 계산했을 때 16억8933만원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투자자들에게 받은 수익만 약 56억원에 이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상장을 맡으며 각각 52억원과 23억원을 받아 큰 수익을 올렸고 IPO 수수료로 총 250억원 가까이 받으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수수료 신설로 수익률이 낮아졌다며 불만이다.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가족 계좌를 동원해 청약에 나서게 되면서 수수료는 더욱 늘어나고 있고, 균등 배정으로 한 주만 받은 투자자들의 추가 수익률은 더욱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청약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중복 청약도 막혀 예전처럼 업무가 몰리지도 않고 서버도 느리지 않는 것 같은데 증권사들이 왜 수수료를 신설하는지 모르겠다"며 "개인들의 수익은 주는데 증권사들의 수익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증권사들의 IPO 수수료 수익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수수료 부과 움직임에 대해 제한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담합에 따른 인상도 아니고, 공모주 투자는 선택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복수의 증권사가 참여하는 공모주 청약에서 투자자들은 수수료가 없는 증권사에서 청약할 수도 있어 이는 시장의 영역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규제해야 할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