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기금 소진시기 최대한 늦춰 재정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

      2021.08.16 18:01   수정 : 2021.08.16 18:01기사원문
국민연금 개혁이 표심 눈치보기 탓에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4가지 '공적연금 개혁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현행 유지방안과 기초연금 강화방안 외에도 2031년까지 보험료율을 12%로 점진적 인상하는 방안, 2036년까지 보험료율을 13%로 점진적 인상하는 방향 등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개편안이 퇴짜를 맞은 지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시점에서 개혁안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8년 방식, '소진기점' 고작 5년 미뤄

당시 발표된 개혁방안 중 3안, 4안에 해당하는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보험료율 점진적 인상방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각각 2063년과 2062년에 소진된다.
제대로 된 재정안정화 방안이 빠진 상태에서 노인들에게 줄 연금소득을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금이 모두 바닥나버리는 시점을 획기적으로 뒤로 미루지 못했다. 국민연금 소진 시기를 2057년으로 보고 있는 현재의 관점으로 봤을 때 고작 5~6년밖에 미루지 못하게 된 셈이다.

물론 3안과 4안에도 보험료율 인상안이 포함돼 있다. 3안은 연금급여율을 40%에서 45%까지 올리는 대신 연금보험료를 현행 9%에서 12%까지 3%p 인상하고, 4안은 급여율을 40%에서 50%까지 올리는 대신 보험료를 9%에서 13%까지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금방 기금이 소진되는 구조로 미뤄봤을 때 소득대체율(연금급여율)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급여율 45% 기준을 놓고 봤을 때 지속가능한 연금보험료율은 현재보다 2배는 더 오른 18%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난 2019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특위 공익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3안과 4안을 개편, 적립기금 소진 시기를 늦춰 먼저 재정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급여율을 45%까지 인상하는 방안에서 보험료를 최대 18%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면 연금 소진시기는 2071년으로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료율 18% 인상이 국민에게 부담이 된다면 현재 8.3%를 내는 퇴직연금의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전환해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급개시연령을 높이는 방안도 있다. 급여율은 40%를 유지하면서 2040년까지 보험료율을 16%로 단계적 인상하고 연금수급개시연령을 2038년 66세, 2043년 67세, 2048년 68세까지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된다면 적립기금 소진 시기는 2096년이 된다. 보험료를 17%까지 끌어올리면 2102년에 기금은 소진될 전망이다. 물론 '낸 것에 비례해서 받을 수 있다'는 제도 자체의 신뢰도 필요하다. 인구절벽 시기에 낸 것에 비해 더 못 받는 제도가 될 경우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개혁안은 내가 낸 것을 투자해 수익률만큼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모든 세대가 연금에 가입했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개혁 논의 더 늦어져선 안돼"

김 교수는 이 같은 국민연금 개혁이 오히려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임기 말에 연금개혁이 쉽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지금이 더 부담이 없을 수 있다"며 "정권 초기로 연금개혁 이슈가 넘어갈 경우 여론 눈치를 보느라, 선거 등 때문에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6월 "(국민연금 개혁에 관해)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방안은 없다"며 국회로 공을 넘긴 바 있다.
국회에서의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를 위해서는 세대 간 설득과 정부의 결단력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여러 개의 방안을 제시만 한 채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것은 제도개혁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며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제도개혁의 불가피성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국민을 설득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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