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접고 ‘스타 마케터’로…"실버버튼 받을 날 곧 오겠죠"

      2021.08.19 18:51   수정 : 2021.08.19 22:01기사원문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식품업계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업계 최초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를 결성하는 한편 유튜브 채널인 '야인마TV'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웃음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전직 아이돌 출신인 이상현 사원(사진)이 있다.

2019년 입사해 영업을 거친 후 현재 유제품CM(Category Management)팀 소속이다. 그는 입사동기인 김나현 사원과 함께 야인마TV와 사이버 아이돌 '하이파이브'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직접 낼뿐더러 영상제작, 편집 등도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그는 9인조 아이돌그룹 'BTL' 출신이다. 활동 2년 만에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가수 생활을 접었다는 그는 "스스로 '마지막 도전'이라고 정해놓고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했는데 마지막에 잘 안됐다.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고 술회했다.

그럼에도 그가 새로운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학업은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저에겐 '망한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있었다. '쟤가 취직을 해봤자'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누구나 알 만한 회사, 큰 기업으로 가고 싶었다"며 "지금은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입사 후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사내 'MZ세대와의 소통'을 주제로 한 공모전에 냈던 2개 프로젝트는 모두 당선됐다. 지금 하고 있는 야인마TV와 하이파이브다.

특히 '야쿠르트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케터'라는 뜻의 야인마TV는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가 심각한 업무 시간에 해병대 옷을 입고 '롤린' 춤을 추는 영상, 인터뷰를 가장한 '취두부 몰카(몰래카메라)' 등 웃음을 참기 힘든 영상을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분명 회사 채널이지만 진지하게 회사 제품을 소개하진 않는다. 그 대신 춤을 추는 직원의 춤사위에서 야쿠르트나 발효유 윌이 그래픽화되어 튀어나오는 식이다. 그의 샤인머스캣 '먹방(먹는방송)' 이후 샤인머스캣 야쿠르트 판매량이 급증,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첫 업로드가 지난 3월 초였음에도 현재 구독자 수는 9000명까지 올라왔다. 1만명을 돌파하게 되면 김병진 대표이사도 출연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여세를 몰아 내년 상반기에는 유튜브 실버 버튼을 받는 게 목표다.

그는 특히 "동기와 함께해서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기 나현씨와 하다 보니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더 재밌는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했다. 사내에서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밀어주는' 분위기다.

하이파이브도 곧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윌, MPRO3, 쿠퍼스, 하루야채, 야쿠르트라이트' 등의 제품을 의인화한 사이버 아이돌이다. 그는 하이파이브가 활동하는 매체의 한계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이씨는 "실제로 아이돌이 활동하는 필드에서 하이파이브가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인기가요, 뮤직뱅크 등에 내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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