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로 치매치료제 연구… 환자 가족들 응원이 가장 큰힘"

      2021.08.22 19:48   수정 : 2021.08.22 19:48기사원문
"2019년 겨울 귀리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후 많은 전화를 받았어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는 분도 많았고, 거액의 투자를 제안한 이도 계셨지만 잊을 수 없는 건 흐느끼며 귀리 치료제의 상용화 시점을 묻는 치매 환자의 가족분들이었어요. 이 연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귀리의 항치매·난청예방 치료 소재 및 활용기술을 개발해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한 이유영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박사(46·사진)는 22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귀리에만 존재하는 '아베난쓰라마이드(Avn-C)'가 치매와 난청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지난 2019년 12월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Avn-C의 난청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결과는 이미 해외 5개국에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다.

8월 초엔 치매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역시 미국, 유럽, 중국 등에 특허출원을 신청했다. 귀리 난청치료제는 이미 국내 제약업체들과 상용화를 논의하고 있고, 치매치료제는 2년간의 장기복용에 따른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억을 잃게 돼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치명적 질병인 치매는 인구고령화 시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2013년 약 127만명이던 치매환자는 2050년 약 271만명으로 2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아직 치료제가 없는 것은 후보물질 발굴조차 쉽지 않고, 동물임상 전에 실패하는 게 대부분인 탓이다. 알츠하이머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이끌어낸 이 박사의 연구는 치매 환자나 가족들에겐 한 줄기 빛이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면 치매로 인한 사회적 고통도 적잖게 덜 수 있다.

다만 이 박사는 "치매치료제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3상까지 갔다가 엎어지기도 한다"며 "장기복용했을 때 효과와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내년께 도출되지만 용량과 복용기간, 독성 여부 등에 대한 안정성평가가 필요한 만큼 연구를 지속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귀리 Avn-C의 장기기억 형성 효능 테스트 결과가 신기할 정도로 명확해 5번이나 실험을 다시 진행했다"며 "그렇게 3년간 첫 프로젝트를 끝냈고, 두 번째 프로젝트를 통해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예산과 시간은 늘 부족하지만 끝까지 연구를 끌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지막 프로젝트는 귀리를 가공해 일반식품으로 소개하는 작업도 함께 한다. 이 박사는 "국산귀리로 만든 귀리두유 등 이미 식품소재로 가공한 상품들이 출시됐다"며 "2009년 농진청에서 개발한 '대양' 귀리는 Avn 함량이 많은데도 등숙기가 늦어 외면받았지만 지금은 농가수익 창출에도 기여하는 품종이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이 박사는 "대학 2학년 때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배고픔이나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데 기여하겠다는 소망을 품었다"며 "지금 하고 있는 치매치료제 연구가 그때 품었던 소망을 이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짊을 덜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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