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발생했는데 왜 LG전자가 언급될까?

      2021.08.28 13:00   수정 : 2021.08.29 09: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일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자사 전기차 '볼트EV'의 리콜을 발표했습니다. 볼트EV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자 조치에 나선 겁니다. 리콜 발표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와 리콜 분담금을 협의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LG 측이 납품한 배터리가 발화의 원인일 수도 있으니, 조사 결과에 따라 두 회사에도 리콜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LG전자입니다. 국내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이렇게 세 곳입니다. LG전자는 왜 GM의 리콜 발표에서 언급된 것일까요.

답은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모듈(Modul)→팩(Pack)' 이렇게 3단계를 거칩니다.


전기차, 셀 수천개 투입..모듈화 필수

셀은 전지 1개를 뜻하는 단위입니다. 배터리의 기본 단위죠. 형태에 따라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으로 나뉩니다. 각각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을 갖춘 독립적인 배터리 완성품입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스마트폰이나 전동공구처럼 배터리 한두개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여 도로를 달리려면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배터리 셀이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개까지 필요합니다. 수천개의 셀 하나하나를 전기차에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배터리 셀의 출력과 충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듈과 팩이라는 형태를 거쳐 전기차에 탑재합니다.

모듈은 여러 개의 셀을 묶어 하나의 프레임에 넣은 것을 말합니다. 열과 진동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팩은 모듈 여러 개를 모아 배터리의 온도나 전압 등을 관리해 주는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과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제품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전기차에는 배터리 셀 여러 개가 하나의 팩 형태로 들어갑니다.


예컨대, BMW i3는 배터리 셀이 총 96개 탑재됩니다. 셀 12개를 하나의 모듈로 묶고, 모듈을 8개를 다시 묶어 하나의 팩 형태로 탑재됩니다.

완성차→셀 납품, 스타트업→모듈·팩 납품

다시 GM의 리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들었지만, 모듈은 LG전자가 만들었습니다. 볼트EV 리콜에 LG전자가 언급된 이유입니다. 만약 배터리 셀 자체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비용을 분담해야 합니다. 반대로 셀을 연결한 모듈이 원인이라면 LG전자가, 모듈을 연결한 팩 또는 팩과 차체를 연결한 부분이 문제라면 GM이 더 큰 비용을 내야 할 겁니다.

현재 LG 측 배터리 모듈 제조 업무는 LG에너지솔루션을 맡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LG전자로부터 자산과 인력을 이관받았기 때문입니다. 볼트EV에 모듈을 납품할 당시에는 LG전자가 담당했습니다.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역량은 고성능 배터리 셀 제조에 있습니다. 다만 고객의 요구에 맞춰 셀만 납품하거나 모듈 도는 팩까지 제조해 납품하는 때도 있다고 합니다. 배터리사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적인 모듈, 팩 제조 역량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여서 셀만 납품할 때가 많다"며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 비중이 높다 보니 배터리 관리 시스템이나 배터리 팩 제조 부분은 직접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터리 역량 쌓는 완성차 업체

현대차가 대표적입니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 LG화학과 각각 지분 51%와 49%를 나눠 HL그린파워를 설립했습니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의 배터리 시스템(팩)을 생산하기 위해서입니다. 올해 5월에는 현대모비스가 LG 측 지분을 전량 인수해 HL그린파워를 100% 소유하게 됐습니다. 시장은 현대차가 배터리 팩 제조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지분을 인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전기차 후발 주자에는 배터리 모듈이나 팩까지 납품한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신흥 업체나 스타트업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듈이나 팩 형태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비중으로 따져보면 셀 단위로 납품하는 비율이 더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흐름을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흐름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츰 모듈, 팩 제조 역량을 갖춰 나간 것과 같이, 언젠가는 배터리 셀의 직접 생산 비중도 늘려나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한 배터리 전문가는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물량이 늘어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에 대한 기술 및 역량이 계속 축적돼 나갈 것"이라며 "이차전지 기술이 완숙기에 접어들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직접 생산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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