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당뇨 진단 '스마트 콘택트렌즈' 나왔다

      2021.08.30 18:36   수정 : 2021.08.30 18:36기사원문
토끼 눈에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씌워주자 눈이 수초만에 노란색으로 변했다. 노랗게 변한 토끼의 눈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분석 프로그램을 돌리자 눈물 속 포도당의 양을 알아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와 한양대 생명공학과 이동윤 교수가 눈물로 당뇨를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당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매번 손가락에서 피를 뽑아내 혈당을 측정하는 번거러움을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은 전자센서가 아닌 효소 반응으로 일어나는 색변화를 이용해 안전하다.


■혈당-누당 연관성 입증

정의헌 교수는 30일 "이는 기존 당뇨진단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인 침습형 측정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딥러닝기술과 바이오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일상에서 보다 편리하게 당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혈액 속 포도당(혈당)과 눈물속 포도당(누당)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쥐를 이용해 측정했다.

측정 결과 당뇨에 걸린 실험쥐의 혈당은 200㎎/㎗(미리그램/데시리터)로, 누당은 0.9mM(밀리몰)이 나왔다. 일반 실험쥐의 혈당은 100㎎/㎗, 누당은 0.3mM로 측정됐다.

또한 당뇨환자의 눈물을 기증받아 실험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실험으로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면 눈물에서도 포도당의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포도당 만나면 노란색으로

한양대 이동윤 교수팀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이 교수는 콘택트렌즈 속에 무기물로 된 금속 성분의 세륨 나노입자를 넣었다. 이 나노입자는 포도당과 만나면 효소 반응이 일어나 노란색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사람의 눈 크기와 비슷한 토끼를 이용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실험했다. 당뇨에 걸린 실험용 토끼에 이 렌즈를 씌운 결과 수초만에 노란색으로 변했다. 이동윤 교수는 "포도당의 농도가 높을 수록 콘택트렌즈의 노란색이 더 진하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말고도 다른 과학자들도 눈물의 포도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전자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콘택트렌즈에 IC반도체칩과 와이파이 안테나 등이 들어가 있어 독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나노입자를 이용했으며, 렌즈 하나당 수십에서 수백 마아크로그램 정도뿐이어서 안전하다.

■스마트폰 사진으로도 당 분석

다음으로 정의헌 교수는 포도당에 의해 색이 변한 것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포도당 농도에 따라 노란색으로 변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정 교수팀은 색변화의 정도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안구의 흔들림에 따른 측정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안구 추적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정의헌 교수는 "이 시스템은 일반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만으로도 색 변화를 분석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특허 2건을 출원했으며, 1건은 최근 등록됐다. 또한 미국에도 특허 출원을 해 놓은 상태다.


이동윤 교수는 "추후 임상실험을 통한 안전성 평가를 거친다면, 기존 방식보다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간편하게 당뇨 자가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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