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화장실서 성범죄 시도..대법 "주거침입강간 아냐"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술에 취해 피해자를 주점 화장실에서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가해자에게 '주거침입에 따른 성범죄'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거침입 이전에 이미 성범죄 의사가 있었으므로 성범죄와 주거침입죄를 별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천대엽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월 31일 밝혔다.

육군 일병이던 A씨는 2019년 주점에서 자신을 부축해준 피해자를 화장시롤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했다. 당시 군 검찰은 A씨에게 폭행, 강제추행 미수뿐 아니라 주거침입유사강간 혐의도 적용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주거침입유사강간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성폭행 의도가 있었던 만큼 주거침입유사강간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해당 죄목은 주거침입 이후에 성폭행이 발생했을 경우 적용해야 하는데 A씨는 그 전부터 성범죄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성폭행 등을 범한 뒤 주거를 침입하면 주거침입강간죄에 해당하지 않고, 하나의 행위로 강간죄와 주거침입죄를 범한 '실체적 경합범'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를 화장실로 끌고 들어갈 때 이미 성범죄를 의도했다고 보인다"며 "A씨는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이미 유사강간죄의 실행 행위를 착수했다"고 판시했다.

[e-mail]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