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 비용·시간 '이중고'… 변리사법 개정 국회서 막혀

      2021.09.05 18:22   수정 : 2021.09.05 18:22기사원문
글로벌 지식재산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술 중심의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특허 관련 소송도 잇따르고 있지만 전문가인 변리사의 소송대리 불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변리사의 소송대리 허용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리사 소송대리 불가에 '이중고'

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중소·중견기업 174곳을 대상으로 IP분쟁 대응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89개 기업(51.1%, 복수응답 포함)이 특허분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 중 158개 기업(90.8%)은 최근 3년간 특허출원 경험이 있다고 답해 대부분이 기술보유 소부장 기업으로 나타났다.

특허분쟁을 경험한 기업들은 특히 변리사를 특허침해사건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없다(70건·78.7%)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송비용의 부담(47건·52.8%) △분쟁이 속히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됨(45건·50.6%) △권리침해가 인정돼도 손해배상액이 낮아 침해보상이 안됨(30건·33.7%) 등을 꼽았다.

특허를 가장 잘 이해하는 변리사의 직접적인 소송 대응이 불가능해 비용부담도 커지고 소송 기간도 길어진다는 분석이다. 변리사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기업의 특허 소송 승소율이 과거 40%에서 20%까지 떨어지며 기술 권리 보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행법상으로는 변리사가 특허침해 소송에서 대리인으로 참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변리사는 특허법원에서의 심결취소소송 등을 대리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건의 쟁점이 동일한 특허침해사건에선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과학기술계 및 산업계에서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대리인의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 17대 국회부터 이번 국회까지 특허에 있어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법안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 갈등에 막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공청회 변화… 제도개선 필요

다만 최근 국회에서도 과거와 달리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 공동대리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변리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산자위 법안소위에서는 법안 처리와 관련해 찬반 관련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여야 모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산자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공청회 일정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산자위가 변리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은 처음으로 변리사업계는 이번 국회가 법안 통과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변리사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6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한국기술사회 등 과학기술계는 특허침해 소송에서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4개 단체는 과학기술인이 피땀 흘려 일군 소중한 산업재산권 보호에 전문가인 변리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과학기술·산업계의 오랜 염원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는 우리 기업이 산업재산권 침해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자 소송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라고 전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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