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진짜 돈' 된 첫날 비트코인 폭락 '찬물'

      2021.09.08 17:54   수정 : 2021.09.08 17: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남미 소국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BTC)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첫 국가가 됐다. 맥도날드가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하고 비트코인ATM이 가동에 들어가는 등 실생활에서 활용도 역시 높아졌다. 가상자산이 처음으로 '진짜 돈'이 되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축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B(비트코인)-데이' 첫날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며 BTC 가격이 4만달러 선으로 뒷걸음질 쳤다.
엘살바도르에서는 변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재차 제기됐다. 정부 공인 전자지갑 설치에 문제가 발생하는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과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게 됐다.

맥도날드 BTC 결제지원 "미국 주요 기업 중 최초"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7일(현지시간)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가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BTC를 법정통화로 채택한 것에 따른 결정이다. 엘살바도르 국내 19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지원되며 비트코인 지급결제 회사인 오픈노드(OpenNode)와 협업을 통해 서비스를 도입했다. 포브스는 "미국의 주요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맥도날드가 엘살바도르의 가상자산 정책을 채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부터 비트코인 ATM도 가동되기 시작했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비트코인매거진은 트위터를 통해 "엘살바도르에 설치된 비트코인 ATM이 정식 가동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0대 비트코인 ATM을 설치, 공식 비트코인 전자지갑인 치보(Chivo)와 연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쿼츠는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비트코인으로 아침식사를 사거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로 안내한다"고 표현했다.

엘살바도르는 국내 산업이 미약해 많은 국민들이 미국 등 인접 국가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엘살바도르로 송금된 금액은 60억달러(6조9498억원)에 달하며 이는 GDP(국내총생산)의 23%에 달한다. 국민 70%는 은행 계좌가 없어 송금 수수료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부켈레 대통령은 이같은 송금비용을 줄이겠다며 지난 6월 비트코인 스타트업 잽(Zap)의 창업자 잭 말러와 함께 비트코인 법화채택 계획을 발표했다.

"역사적인 날" 환호..30달러 BTC 구입 운동도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환호했다. 레딧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30달러 어치의 BTC를 매수하는 운동도 전개됐다.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 운동에 참여를 촉구하는 투표를 업로드하기도 했다. 그는 "엘살바도르 국민과 그들의 지도자 부켈레 대통령에 대한 연 대 차원으로 30달러 어치의 BTC를 구입할 예정"이라며 "당신도 함께할 것인가"라고 썼다.


'30달러 BTC 구입'은 엘살바도르 정부가 정부 공인 가상자산 지갑 치보(Chivo)를 설치하는 국민에게 30달러 상당의 BTC를 지급한다는 계획에 동참한다는 의미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를 위해 400BTC를 구입했다고 트윗했다. 400BTC는 현재 가격 기준 1882만1884달러(218억78028만원) 규모다. 부켈레 대통령은 "앞으로 더 많은 코인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축제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엘살바도르 'B(비트코인)-데이'에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한 것.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0분 현재 BTC는 24시간전에 비해 10.7% 하락한 4만6876.1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4만3285.21달러까지 빠지며 '패닉셀'을 불러오기도 했다. 가상자산 통계 전문 업체 바이비티(bybt)에 따르면, 가격 급락으로 파생상품 시장에서 35억4000만달러 이상이 청산됐다. 지난 5월12일에 이어 역대 2번째 규모다.

가상자산 시장 폭락..축제분위기 '찬물'

디파이 대출 시장에서도 청산금액이 1억6800만2700달러에 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출을 받으며 담보로 제공한 가상자산의 가치가 급락해 청산을 당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이 공식적으로 엘살바도르에서 법정화폐로 인정되는 등 낙관적인 감정이 상승했지만 BTC가 16% 급락하며 축하 행사 분위기는 빠르게 소멸됐다"고 썼다.


정부 공인 전자지갑 '치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도 발생했다. 정부는 신분증 번호만 있으면 치보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용자들이 치보를 받으려고 몰리며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일시적으로 기술적 장애가 발생했지만 곧바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법화 채택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다시 불거졌다. 엘살바도르 출신 변호사이자 사업가인 하비에르 심안(Javier Siman)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로 인해 수백만 달러를 잃었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예상했던 변동성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승하거나 더 잃을 수도 있다"라며 "쿠데타(비트코인 법화채택)를 어떻게 뒤집어야 할지 함께 보자"라고 썼다.

반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이 폭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이용,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로 매입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급락한 기회에 투자하자(Buying the dip)"이라며 "비트코인 150개를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 매입한 비트코인은 모두 550개로 늘었다.

시큰둥한 여론..국제사회 부정적 시선은 숙제

정작 엘살바도르 인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진행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는 75%가 법화채택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연금 수급액이 책정될 것을 우려한 연금수급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제기관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금세탁이나 외환 규제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트코인 도입으로 금융안정성이 더욱 흔들릴 우려가 있다며 최근 엘살바도르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BTC 법화채택으로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금융 시스템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로부터 1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부켈레 대통령의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모든 혁신과 마찬가지로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법화채택도 역시 학습기간이 필요하다"며 "미래로 가는 길은 모두 이와 같으며, 하루나 한달 사이에 성취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트윗했다.
그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며 "엘살바도르는 제1세계를 향해 나아갈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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