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먹빛으로 단단히 여문 ‘제주 먹돌’ 한라산서 내려왔다
2021.09.14 13:15
수정 : 2021.09.14 14:21기사원문
■ 기공 없는 암석, 동일 분포 확인…하천 따라 침식·운반 추정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시 탑동(탑알·탑바리) 공유수면 매립 이전 이곳에 드넓게 산재했던 ‘먹돌’의 기원지가 한라산 고지대 탐라계곡인 것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돌은 단단하고 미끄러운 검은색 조약돌을 말한다. 도내 해안에 분포하는 다른 암석들과 달리, 기공이 없고 눈으로는 광물 결정이 보이지 않는 매우 단단하고 치밀한 특징을 갖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한라산 지질도 구축사업(2020~2023년)의 일환으로 한라산 북서부 지역에 대한 정밀 지질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탑동해안 먹돌이 한라산 탐라계곡 최상류(해발고도 1080~1350m 구간)에서 탑동 먹돌과 같은 치밀한 용암류가 분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계곡에 분포하는 용암류 특징은 기공이 없이 치밀하고 결정이 관찰되지 않으며, 띠 모양의 무늬가 약하게 관찰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한라산의 다른 암석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다.
또 탐라계곡 상층부의 암석 박편 관찰에 따르면 해당 암석은 상대적으로 작은 결정들로 이뤄진 부분(짙은 색 띠)과 상대적으로 보다 큰 결정들로 이뤄진 부분(옅은 색 띠)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이 역시 탑동해안 먹돌에서 동일하게 관찰되는 특징이다.
연구진은 탐라계곡 최상류 암석 분포지로부터 하천을 따라 추적 확인한 결과, 하천(한천)을 따라 떠내려간 암석들이 하천 곳곳에서 발견했다.
연구진은 야외 암상의 유사성, 박편상 동일한 구조, 하천을 따라 떠내려 간 암석들의 계속적인 분포를 토대로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매우 치밀한 용암류가 탑동 먹돌의 기원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화산섬 제주의 조간대는 모래와 갯벌로 이루어진 육지 조간대와는 달리 대부분 암반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과거 탑동 조간대의 먹돌은 용암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과정에서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 급격히 식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먹돌은 바닷물과 관련이 없으며,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치밀한 용암류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박사는 “한라산의 다른 용암류와 확연히 구분되는 해당 암석의 특징은 단순 지표에서의 냉각에 의한 현상이라기보다 지하 마그마 방에서의 마그마 혼합과 같은 화산활동 과정에서의 현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현상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이와 관련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