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가 품은 '걸작'
2021.09.24 15:00
수정 : 2021.09.24 14:59기사원문
이보다 앞선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중요한 소재에 대해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생산하지 않는 소재를 무기삼아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연구기관들과 기업들은 일본에서 수입비중이 많은 소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금은 상당수의 소재를 개발해냈습니다.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연구성과 소식을 여러분께 전할때마다 저도 매우 기쁩니다.
오늘은 '소재'를 주인공으로 정했습니다.
여러 연구자들이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걸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소재를 현미경으로 5배 확대부터 40만배 확대해 들여다본 것중 의외의 모습들을 포착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소재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한창 개발중이기도 합니다.
소부장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재료연구원이 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6월 '소·부·장 대중화 대국민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이정환 재료연구원 원장은 "지난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통해 전 국민이 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됐으며, 이번 공모전이 국민들로 하여금 소재를 더 가까이 접하고 소재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공감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소재가 품은 '걸작'을 감상하시죠.
■심장과 수묵화
공모전 대상을 차지한 사진은 '하트'입니다. 김시진 씨가 탄소나노섬유와 망간산화물을 주사전자현미경으로 1만배 확대해 찍었습니다. 뭉쳐져있는 망간산화물은 하트모양을 하고 있으며, 주위의 탄소나노섬유가 하트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김희원 씨가 찍은 사진이 금상을 차지했는데요. 수묵화 같은 이 사진의 제목은 '달빛 아래 난초'입니다. 탄소나노튜브를 투과 전자 현미경으로 5만배 확대해 촬영한 것입니다. 김희원 씨가 현미경 조작을 실수해 우연히 이 사진이 나왔다고 합니다.
조작 실수로 발생한 왼쪽의 빛이 달빛같아 보이고, 얽히고 설킨 탄소나노튜브가 난초처럼 보입니다. 마치 조선시대 선비 한 분이 은은한 달빛아래 완성한 한 점의 난초수묵화 작품같습니다.
꿈의 신소재라고 불리는 탄소나노튜브가 펩타이드 수용액에 분산돼 있는 형태를 나타낸 것입니다. 섬유 겉면에 약을 붙여 항암제를 만들거나 펩타이드를 붙여 세포의 신호를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사람도, 별도 현미경 속에
장하늘씨가 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나노크기의 구리를 분석하던 중 찍은 사진입니다.
구리의 나노 결정립 크기 분석을 위해 이온 밀링(Ion milling) 방법을 사용해 광물 조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온밀링은 진공 중에서 물질에 고속 이온을 충돌시켜 물질 표면의 미세 패턴 가공 등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콧수염이 난 남자의 옆모습과 똑같지 않나요.
정인기씨는 전계방출형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새로운 문자를 발견했습니다. 금 나노구조체에 레이저 처리를 한 뒤 발견한 특이한 모습인데요. 금나노 입자들이 마치 구석기 시대 석판에서 발견된 듯한 고대 문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판화를 보는 듯한 이 사진은 김정태 씨가 발견한 별입니다. 주사현미경으로 페로니오비움(Fe-Nb) 공정합금에 붕소(B)이 첨가된 합금의 미세조직을 3700배 확대한 사진입니다.
흰색으로 보이는 별모양의 초정상과 그주변으로 공정조직이 불균일 핵생성과 성장 과정을 거쳐 별빛이 비치는듯한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
김정태 씨는 이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별 빛이 내린다~샤라랄랄라라라"하는 음악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별 빛이 내린다. 샤라랄랄라라라'.
■양파 속의 외계인
김나윤 씨가 공초점현미경으로 양파 표피세포를 5배 확대해서 얻은 '외계인' 사진입니다.
사진은 양파의 표피세포에서 두개의 식물유전자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집어 넣어 현미경으로 관측한 것입니다. 김나윤 씨는 이 사진을 보면서 마치 우주에 살고 있는 외계인 모습과 같았다고 합니다. 김 씨는 "지구에 사는 우리들을 무서운 눈으로 하루 종일 관찰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여기는 또 어디 일까요. 눈덮인 숲을 한밤중에 바라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김석훈 씨가 구리가 조금씩 덧붙여 성장하는 표면을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옆에서 관찰한 모습입니다. 김석훈 씨는 이 사진의 제목을 '눈 내린 소나무 숲'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진은 니켈 호일 위에 전해도금 방법으로 구리 덴트라이트를 성장시킨 부분의 표면입니다. 소나무 형태의 구리 덴트라이트가 빽빽하게 모여서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상석 씨의 '일찍 찾아온 가을 코스모스'는 편광현미경으로 액정 소재를 관찰한 사진입니다.
액정소재를 균일한 유화액으로 만들고, 물을 증발시킨 후 액정소재를 얇은 PVA 막에 코팅했습니다. 이상석씨는 코팅된 액정 소재를 편광현미경을 통해 관찰했습니다. 그는 마치 코스모스가 핀것 과 같은 모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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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어렵다', '딱딱하다', '다른 세상의 얘기'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저 또한 과학 관련된 곳을 처음 출입했을때 마찬기지였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귀 기울여보면 우리 일상에서 많이 접했던 것들입니다. 과학분야에서 쓰는 단어들이 좀 어려울 뿐이죠. 그래서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봤습니다. 국내 여러 곳에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보셨다면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함께 제가 소개한 곳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