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삼총사 美서 진검승부 나선다
2021.09.29 06:00
수정 : 2021.09.29 06:00기사원문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완성차 포드와의 합작법인 투자를 확정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서 진검승부에 나서게 됐다.
미국은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자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공급망 구축에서 중국을 배제키로 하면서 국내 제조 3사의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美서 생산 배터리 장착 車만 무관세
2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핵심 부품의 85% 이상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은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한다.
작년 7월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른 조처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이 무관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USMCA는 미국이 자국 및 동맹 중심의 배터리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다.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급망 구축에서 중국 업체를 제외함에 따라 미국은 국내 배터리 제조 3사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뤄질 전망이다.
출발이 가장 빨랐던 건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GM과의 합작회사 '얼티엄 셀즈'를 설립해 미국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현재 오하이오주에 생산능력 35GWh 규모의 제1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 4월에는 테네시주에 동일한 규모의 제2공장을 추가 건설키로 결정했다.
단독 투자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5조원을 단독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투자가 완료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총 75GWh으로 늘어난다. 합작 공장과 합하면 미국 내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SK이노, LG엔솔 추격..삼성SDI 가세
LG에너지솔루션의 뒤를 이은 건 이날 포드와 함께 총 1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SK이노베이션이다.
다음달 1일 배터리 독립법인 출범을 앞두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지아주에서 단독으로 건설 중인 공장 2곳과 더하면 미국에서만 약 15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20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초과 달성할 전망이다.
마지막 주자인 삼성SDI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투자 결정이 이뤄져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올해 2·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발표에 따라 전기차와 주요 부품에 대한 역내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삼성SDI의 첫 미국 배터리 셀 공장 부지로 일리노이주와 미시간주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파트너사가 위치한 장소다. 일리노이는 리비안, 미시간 스텔란티스의 공장이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은 미국 내 인재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현지 인재 구인 활동을 벌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도 다음달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에서 인재 영입에 나설 계획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중국 기업이 제외됐고, 일본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은 이미 테슬라와 손을 잡은 터라 다른 완성차 업체와 관계를 맺기엔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며 "국내 3사가 미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