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145억원 횡령사건 수사 중지…주범 '해외로' 돈 출처 ‘미궁’

      2021.10.04 14:15   수정 : 2021.10.04 15:18기사원문

■ 무게만 291㎏, 현금 145억원 사라졌다


[제주=좌승훈 기자] 지난 1월 제주도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VIP고객 개인금고에서 현금 145억여원이 사라진 가운데 10개월 가까이 금고 담당 외국인 직원의 행방을 쫓던 경찰이 결국 수사를 중지하기로 했다.

제주경찰청은 중국 랜딩그룹의 홍콩 투자법인인 랜딩인터내셔널(Landing International)이 지난 1월 5일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서 145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재무담당 임원 A씨(55·여)를 직접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현금 145억6000만원은 5만원권으로 가정할 때, 무려 29만1200장이다.

무게만 291㎏이 넘는다.

A씨는 랜딩카지노 내 VIP금고인 물품보관소 안에 있는 본인 명의의 3~4개 금고에서 본사 자금인 145억여원을 보관하다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남들 눈을 피해 몰래 금고에서 돈을 빼간 게 아니라, 내부 보안규정을 모두 지킨 가운데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전했다.

■ 은행 위탁보관 이자수익 550만원 발생

A씨는 카지노 본사인 랜딩인터내셔날에서 파견한 직원이지만, 고객 금고에 회삿돈을 보관해 고객용 열쇠를 갖고 있었다. 경찰은 A씨가 보안 절차대로 열쇠를 지닌 직원과 동행해 금고에서 돈을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 연차를 내고 이미 해외로 달아난 뒤였다. A씨를 도운 30대 중국인 공범 B씨와 C씨도 있다. 이들은 카지노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에이전트 업체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B씨는 체포됐지만, C씨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ICPO·통칭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활용해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야 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카지노 내 금고에서 85억여원, 제주시 모처와 도외 등지에서 46억여원 등 신고된 도난 현금 가운데 134억여원을 찾았다. 나머지 10억원가량은 C씨가 환치기를 통해 해외에 송금한 것으로 특정했다.


경찰은 회수한 134억여원을 도내 금융기관에 위탁 보관하고 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도 발생했다.

연 금리는 0.1%다. 해당 돈은 증거물로 금융기관에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시중 금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 돈에 대한 이자는 550만원 상당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자 수익은 국고금관리법에 의해 수사가 마무리되면 국고로 환수된다.

■ 돈 출처·고객금고 보관 왜? ‘오리무중’

경찰은 134억여원이 고소인의 돈으로 추정되지만, 주 피의자를 검거해 전반적인 사항을 확인해야 출처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욱이 주요 피의자들을 검거해야만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검거 시까지 수사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돈의 출처와 이 돈이 왜 고객 개인 금고에 보관됐는지 확인돼야 한다.

이에 따라 A씨·B씨 외에 현금 운반과 전달에 관여한 혐의로 입건된 중국인에 대한 참고인 중지 처분이 이뤄졌다.

이 돈이 랜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확실히 밝혀지면, 돈은 가환부(假還付) 절차를 통해 랜딩인터내셔널로 돌아가게 된다. 가환부란 경찰 수사에 필요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경우, 이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압수물을 돌려주는 제도다.


다만, 이 돈의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거나, 정당하게 발생한 돈이 아니라면, 기소 이후 법원의 확정 판결을 통해 국고로 환수를 할지 주인에게 돌려줄지 결정된다.

결국 경찰과 랜딩인터내셔널,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에서 돈의 출처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돈의 출처는 주범이 잡힐 때까지 미궁으로 남게 됐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