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심장박동도 측정"..사람 손 닮은 초소형로봇 개발
2021.10.14 08:58
수정 : 2021.10.14 21:05기사원문
돼지 혈관이나 달팽이 알처럼 작고 연약한 생명체의 미세한 맥박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다섯 손가락 모양의 초소형 로봇(그리퍼)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4일 한승용 강대식 고제성 아주대 자연모사연구실 교수 연구팀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대상을 부드럽게 잡고 맥박이나 심장박동 같은 실시간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다섯 손가락 형상의 초소형 로봇(그리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로봇분야 세계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로보틱스에 게재됐다.
그리퍼는 사람 손과 같은 다섯 손가락 형상의 초소형 로봇이다. 기존 그리퍼 로봇은 주로 단단한 물질로 만들어져 부드러운 대상을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 대상으로부터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센서를 함께 구현하려면 부피가 커져 작은 대상을 잡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경도(단단함)와 연성(부드러움)을 조절할 수 있는 소재(형상기억폴리머)를 채택해 피부의 성질과 비슷한 기계적 특성을 구현하고, 아주 얇은 은나노선과 레이저 공정으로 센서의 크기를 줄여 로봇의 크기를 길이 5㎜ 이하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로봇에 탑재된 센서는 잡고 있는 대상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하고 은나노선을 통해 대상에 열적 자극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돼 물체로부터의 신호를 모니터링 하는 동시에 자극을 주는 양방향 입출력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 로봇을 통해 직경 3㎜ 도 안되는 작고 부드러운 달팽이 알을 터트리지 않고 잡아서 열을 가해 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와 동시에 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기계적 움직임을 측정하고, 부화 직후 달팽이의 미세 심장 박동수까지 측정해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로봇 자체 무게보다 최대 6400배 무거운 물체를 순간적으로 들어 올리는 한편, 돼지 혈관을 상처 없이 잡아 맥박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유기체를 상처 없이 잡아 미세 생체 신호를 측정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한승용 교수는 "현재 많은 난제들이 쌓여있는 사람의 세포 단위 유기체를 기계적으로 상처 없이 잡아 원하는 위치에 고정, 자극에 대한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