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등봉공원 개발 수익률 8.9% 보장…초과이익 환수 의문
2021.10.19 19:37
수정 : 2021.10.19 20:10기사원문
■ 제주시장 귀책사유 협약, 문제없다고?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소속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이도2동갑)은 19일 오후 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해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시 도심 숲인 오등봉 도시공원 개발은 76만4863㎡ 부지 중 9만1151㎡에 아파트를 짓고 나머지 67만3712㎡는 여가·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도시공원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사업이다.
호반건설 컨소시엄에서 8161억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15층에 1429세대 규모의 아파트 2개 단지를 조성한다.
하지만 홍 의원이 최근 제주시에 대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시와 사업자 간 협약서를 공개하면서 만간특혜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 초과이윤 환수? 원가 부풀리면 그만
지난해 12월 체결된 협약서는 안동우 제주시장과 오등봉아트파크 주식회사가 공동 시행자로 명시됐다. 사업기간 동안 안 시장은 시행사의 자격이나 권리를 박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행정처리 지연을 포함해 협약에서 정한 시장의 명시적 의무사항을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한 경우 제주시장의 귀책사유로 정했다.
특히 토지보상 가격 상승으로 사업비가 오르면, 덩달아 분양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행사가 수익률 8.91%(세후)를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토지보상비나 원가 등 사업비 상승 시 사업계획 변경 가능성도 열어뒀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면 분양가 재협의도 가능하도록 했다. 총 사업비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대략 727억원의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다.
홍 의원은 “아파트 조성 규모가 당초 1630세대에서 1422세대로 208세대가 줄었지만, 아파트 공사비는 5297억원 그대로 유지돼 세대당 분양가가 5억5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8000만원이 늘어나 이대로라면 사업자는 1100억원 가량의 추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원 조성비용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 5년 동안 비밀유지 의무 조항은 왜?
또 “행정당국이 제안서를 평가했던 심사위원이 타당성 검증 용역에 참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협약서 내 사업 인가를 8월 11일까지로 정하고, 사업이 정상 추진되지 않을 경우, 제주시장이 책임지는 조항을 달았다”며 “당시 의사 결정에 책임을 졌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사업에 대해 해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표준협약 기준에는 없는 '5년간 비밀유지' 조항을 넣은 배경도 의문이다.
더욱이 초과이윤 환수 장치를 뒀다지만, 사후 정산방식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초과 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가를 부풀리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 제주시, 전문가 워킹그룹 운영해 검증
한편 이날 오전 제주시는 브리핑을 통해 오등봉 민간특례사업 특혜의혹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섰다.
고성대 도시건설국장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은 없었으며, 사업추진과 관련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가 사업비를 부풀려 수익금 등 분양가를 편법으로 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문가 워킹그룹을 운영해 전체 금액을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또 “협약서 내용 중 '제주시장 귀책 사유' 부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8월 10일을 명시한 사유는 도시공원 일몰 기한(8월 11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월 10일이 지나 도시공원이 자동 일몰 폐지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타당성 검증용역 셀프 검증’ 의혹에 대해 “사업 제안 평가에 참여했던 제주연구원 소속 평가위원이 타당성 검증용역에도 참여한 것은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절차적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