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아프간 군인들, 탈레반 피해 IS 가입...이라크전 '판박이'

      2021.11.01 12:59   수정 : 2021.11.01 13: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8월 붕괴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옛 정보기관 요원들과 군인들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서 탈레반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인데 IS의 테러 능력이 전문 인력 합류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전직 아프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프간 남동부 파크티아주의 가르데즈에서 정부 무기고를 관리하던 전직 육군 장교가 IS 호라산(IS-K)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합류한 장교는 약 1주일 전에 탈레반과 전투에서 사망했다. 아울러 아프간 수도 카불 북부 카라박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과거 아프간 특수부대에 속했던 사촌이 지난 9월에 사라졌다가 현재 IS-K에 가입했으며 자신이 알던 전직 군인 4명도 최근 IS-K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탈레반은 아프간 점령 이후 정부군 요원과 군인들에게 업무 복귀를 지시하면서도 가택 수색에 나서는 등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과거 아프간 국가안보국(NDS) 국장을 역임하다 정부 붕괴 이후 국외로 도망친 라마툴라 나빌은 “일부 지역에서 IS-K가 전직 정보요원 및 군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빌은 “그들은 만약 탈레반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다면 가입했을 것이다”며 “당분간은 IS-K가 탈레반에 맞서는 유일한 무장집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관리들은 IS-K가 일자리를 잃은 전직 군인들에게 상당한 현금을 주고 포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프간 정부군 잔당과 일부 민병대는 지난 8월 정부 붕괴 이후 카불 북동쪽 판지시르주에서 탈레반에 저항했으나 다음 달 패해 나라 밖으로 도망갔다. 지금은 IS-K만이 유일하게 탈레반과 총부리를 맞대는 상황이다.

탈레반과 IS의 아프간 지부인 IS-K는 둘 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로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지만 부분적으로 다르다. 탈레반은 아프간 민족 국가를 지향하는 동시에 시아파 소수민족 역시 이슬람 신도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며 서방을 비롯한 외국과 교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IS-K는 시아파를 멸절시켜야 하며 아프간을 넘어 범세계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세우려고 한다. IS-K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직후부터 탈레반을 수정주의자라고 비난하며 테러 활동을 벌였다. IS-K는 지난 8월에 카불 공항에서 테러를 벌여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지난달 쿤두즈와 칸다하르에서 시아파 사원을 노린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익명의 서방 정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과거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장군들에게 일어났던 일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침공 후 해체된 이라크군 장교들이 알카에다와 IS로 유입됐던 상황이 아프간에서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동시에 IS-K가 전직 정보 요원 및 군인을 흡수해 테러 능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적으로 세력을 불릴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콜린 칼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지난달 26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IS-K가 "앞으로 6∼12개월 안에 미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대외적으로 IS-K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과거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단을 이끌다가 현재는 카불 내 지역 경찰서장을 맡고 있는 마울라위 주바이르는 “IS-K를 상대하기 위해 조금의 지원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탈레반이 겪고 있는 모든 경제 및 행정 문제가 해결된다면 IS-K는 15일 만에 아프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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