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개선한다지만...철도차량 업체들 "사실상 대기업 몰아주기" 반발

      2021.11.07 15:55   수정 : 2021.11.07 18: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 차량 입찰 과정에서 계약 방법을 바꾸면서 특정 기업에 낙찰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계약 방법이 기술평가에 가중치가 과도하게 높아 가격과 같은 다른 요소로 평가 점수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계약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가격 아무리 낮춰도 역전 불가능
7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 과천안산선, 수인분당선 등에 투입될 전동차 74량과 관련 부품 등 패키지 입찰에 대한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해당 입찰은 총 1144억원 배정될 예정이며 2024년 10월 31일까지 전동차량을 납품할 예정이다.


해당 입찰은 처음으로 기존 계약 방식인 '2단계 경쟁 입찰 방식'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바뀌었다. 2단계 경쟁 방식은 기술평가를 통해 배점의 85점 이상 통과한 입찰자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제작사가 입찰을 받는 방식이다. 새롭게 도입된 협상에 의한 방식은 코레일의 기술평가(80점)+업체가 제시한 가격(20점)을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자가 낙찰 받는다. 새 방식의 경우 가격 평가 시 추정가격의 80~100% 가격을 입찰할 수 있다.

입찰제도가 바뀐 배경에는 현행 방식이 변별력이 부족해 선정업체가 문제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이 입찰한 'EMU-150' 23량 차량은 초도편성 납기예정일이 지난해 11월인데도 초도물량을 제때 납품하지 못했다.

문제는 새롭게 도입되는 계약 방식이 자칫 특정 업체만 낙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동차 시장은 현대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 3개 업체에 과점하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평가 점수는 A 업체 95.2점, B 업체 90.2점, C 업체 88.9점을 기록했다. 이 경우 A 업체가 가격에 아무리 낮은 점수를 받아도 20점의 80%인 16점을 기록하는데, 다른 업체들이 가격 점수를 만점 받아도 입찰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다시 말해 기술 평가 점수의 과도한 가중치가 구조적으로 특정 업체만 전동차 낙찰을 받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평가 점수가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다고 항변했다. 실제 코레일 기술 평가표에 따르면 입찰업체의 회사채 신용평가등급이나 생산시설 보유 수량 등에 따라 기술 평가 점수가 매겨진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협상에 의한 기술평가는 대기업이 많은 인력과 시설,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중소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철도차량 제작사는 입찰에 참여해도 들러리에 불과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코레일 "안정적인 부품 조달 때문"
과거 감사원에서도 해당 계약방식이 자칫 몰아주기가 될 수 있다며 지적한 사례가 있다. 2019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코레일에서 철도차량 제작 검정 용역을 '협상에 의한 계약 방법'으로 기술평가를 시행하면서 특정 업체가 지속해서 낙찰되자 주의를 주기도 했다. 이후 코레일은 해당 용역을 '2단계 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했다.

코레일 측에서는 가격경쟁 출혈을 막고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계약 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차량만 구입할 경우에는 2단계 입찰이 가능하지만 이번 계약과 같이 장기패키지(차량+부품)구입사업은 차량도입 이후에도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발주처에 안정적인 부품공급을 위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차량 입찰 때도 관련 유지보수 공급 확약을 입찰 시 제공한다"며 "부품가격 비중이 16%에 불과한데, 전동차 입찰 방식을 바꾸는 건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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