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구인대란... 자영업자가 운다
2021.11.10 18:11
수정 : 2021.11.10 18:11기사원문
■"시급 1만원 넘어도 일손 없어" 자영업자 구인난 심각
10일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위드코로나가 발표된 지난달 25일 이후 '마감' '야간 알바' 공고는 발표 2주 전 대비 각각 12.2%, 18.4% 증가했다. 지난 1~8월 알바 구인 공고 역시 전년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바 구직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12.7% 감소했다. 구인 공고는 코로나 이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구직 건수의 경우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 같은 구인난은 영업제한 완화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구인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신촌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라모씨(55)는 최근 지역지에 '1시간에 1만5000원'으로 구인 광고를 실었지만 소용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라씨는 "코로나19 이전엔 홀 영업에 청년들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있는 일손도 단기로 일을 하고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인력난을 견디다 못한 라씨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구인글을 올렸지만 지원자는 단 한 명에 그쳤다. 그마저도 경험이 부족해 채용할지 고민이 크다. 6개월 넘게 구인난을 겪고 있는 한식집 대표 민모씨(50)는 현 상황을 두고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고 표현했다. 민씨는 "코로나 때 경영난으로 인해 직원을 어쩔 수 없이 해고했는데 다시 일손을 구하려니 쉽지 않다"며 "특정 가게만의 어려움이 아니라 모든 자영업자들이 직면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금성 지원 확대로 단순 일자리 기피현상 심화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인난의 주원인으로 정부의 현금성 지원 증가를 꼽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 지원금 영향으로 안정적인 일자리가 아닌 이상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청년들의 인식이 변한 탓"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받으며 IT업계 취업을 준비 중인 강모씨(27)는 "월마다 50만원을 받는 지원금 덕분에 재정적 부담을 덜게 됐고, 단순 일자리에 에너지를 쏟을 바에 취업 준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3시간 일해서 3만원 버는 것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인 등 각종 자산의 급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코인·주식 광풍을 겪으며 단순 일자리로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며 "청년인구 역시 갈수록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구인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청년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된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들의 근로의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재정 지원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