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미국 출장, 반도체·백신 직접 챙긴다

      2021.11.14 10:06   수정 : 2021.11.14 14:5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미국 파운드리 증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코로나 백신 파트너인 모더나와 바이오분야 협력 강화를 논의 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석달간의 잠행을 끝내고 공식적인 경영활동에 복귀 함에 따라 라 반도체 패권 경쟁을 위한 경영현안들을 해결하는데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백신, 경영진 회동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 김포공항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을 통해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찾은 후 미국으로 이동한다. 미국 방문에서는 현지 정부 관계자, 기업인 등을 만나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을 마무리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항에서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에서 반도체 신규 투자 결정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보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이미 생산라인을 운영중이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삼성은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내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텍사스주 오스틴·테일러, 애리조나주 퀸크릭·굿이어, 뉴욕주 제네시 등을 후보지로 놓고 현지 정부와 혜택을 협상해 왔다. 또 이번 출장에서는 반도체 기업 정보 공개와 관련해 현지 유력 인사들과 접촉해 삼성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와도 만날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보스턴에도 갈 것 같다"고 답했다. 모더나 본사는 보스턴과 인접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정보공개와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날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한편 출장 시기를 이때로 잡은 것은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번 주에는 재판 일정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이 부회장은 다음 재판 예정일인 25일 이전에만 한국에 돌아오면 된다. 이번 출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사실상 첫 번째 공식적인 경영활동이다. 해외 방문은 지난 2020년 베트남 이후 13개월 만이며,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전쟁, 직접 나서야 해결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0월 25일 고 이건희 회장의 1주기 때 이 부회장은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내놔 활동의 보폭 확대를 시사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기업들의 운신에 폭이 한껏 좁아진 상태다. 미국 정부가 11월 8일까지 기업들에게 반도체 재고에 대한 핵심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도 공급망의 우선권을 틀어쥐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삼성은 세계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대만의 TSMC에 비해 뒤처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2·4분기 기준 TSMC의 매출액은 133억달러(한화 약 15조8000억원) 수준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52.9%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파운드리 부문 매출액이 43억3400달러 (한화 약 5조1000억원, 점유율은 17.3%로 한참 뒤져 있다.
세계 시장 순위로는 2위지만 TSMC의 3분에 1 수준이 그치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 속에서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은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제시됐다.
지난달 17일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 최첨단 반도체 패권을 노린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잘 나서지 않으려 하는 스타일로 알려졌지만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자비한(ruthless)'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TSMC와 대적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대표기업이 되려면 이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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