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신고했더니 '무급휴직'... 벌금형 받은 회사 대표
2021.11.16 10:13
수정 : 2021.11.16 10: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사실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무급휴직 처분을 해 재판에 넘겨진 회사 대표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양환승 판사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과 남녀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축컨설팅 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피해자 B씨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하는 등 피해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B씨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했다. 같은 해 1월 회사 인사위원회가 개최됐는데,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만 있었다. B씨의 피해사실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B씨는 회사에 알렸지만 ‘가해자들이 직장 내 우위에 있지 않아 괴롭힘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이미 징계를 받았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 또한 거절당하자 신고에 나섰다.
A씨는 B씨에게 무급휴직 처분을 내렸다. 더군다나 B씨가 진단서를 제출했음에도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후 B씨가 같은 해 4월 노동청에 진정을 넣자 A씨는 “진단서에 완치소견이 없고, 상식적이지 않은 진정으로 회사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했다”며 권고사직까지 제안했다. 수용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엄포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함이 분명하다”며 “B씨의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신고, A씨 대응에 대한 문제제기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조치들은) 어느 것 하나 합당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라며 “사용자 내지 사업주에게 기대할 수 있는 조치로 충분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육아휴직 사유가 소멸했다’는 A씨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발적 의사로 육아휴직을 줬던 A씨가 복직 조건으로 진단서와 완치의견서를 요구하는 건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그 요구에는 어떠한 법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