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확대 '펑솨이 사건', "내년 올림픽 영향" 경고까지
2021.11.21 14:10
수정 : 2021.11.21 14:13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장가오리 전 부총리부터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했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테니스 스타와 테니스협회, 유엔 인권기구, 미국·영국 정부가 문제 제기를 한데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딕 파운드 IOC 위원은 20일(현지시간) 언론과 인터뷰에서 “펑솨이 문제와 관련, IOC가 2022년 베이징올림픽 개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IOC 선수 위원회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녀와 동료 선수들의 자유로운 접촉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조용한 외교가 최신의 해결책”이라며 그 동안 논평을 거부해오던 IOC가 강경한 태도로 바꾸면서 이제 펑솨이 문제는 올림픽과도 연관되는 중요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보다 발언의 강도가 높다.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은 CNN과 인터뷰를 통해 “펑솨이의 안전이 규명되지 않고 성폭행 피해 주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펑솨이의 안전을 증명하라고 촉구했고, 영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은 그녀의 안전에 대한 검증 가능한 증거를 긴급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오사카 나오미(일본),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이 펑솨이의 안전을 우려하거나 피해에 대한 조사를 중국 측에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다. 유엔 인권사무소 역시 펑솨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상황을 알지 못한다”는 등 무시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신 중국 관영 매체에서 펑솨이는 안전하다거나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식의 보도만 하고 뿐이다.
관영 영어뉴스 채널인 CGTN은 지난 18일 “성폭행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집에서 쉬고 있다”는 내용의 펑솨이가 사이먼 WTA 투어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CGTN 한 기자는 2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펑솨이 최근 모습이라며 3장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관영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지난 20일 밤 11시(현지시간)께 트위터에 “펑솨이가 코치,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 두 개를 확보했다”며 “영상의 내용은 이들이 베이징 시간으로 토요일(20일)에 찍힌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형태의 보도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펑솨이가 직접 보낸 이메일인지 여부도 알 수 없고 사진 또한 촬영 시점이 불명확하다는 등의 반박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펑솨이가 스스로 상황을 밝히지 않은 채 중국 매체를 거치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매체는 펑솨이의 친구에게 받았다거나 취재원이라고 기사 출처에 대해 밝히고 있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그는 이달 초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지속해서 관계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테니스계와 일부 언론에서는 펑솨이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면서 실종설을 제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펑솨이 사건이 불거진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견제 세력을 숙청하기 위한 권력 암투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