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EUV 中반입 美 제동, "중국 반도체 자립 역풍"
2021.11.24 14:17
수정 : 2021.11.24 14:47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SK하이닉스 최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공장 배치에 미국이 반대하면서 중국 반도체 자립 계획이 새로운 역풍을 만나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중국은 최첨단 장비 개발 능력과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에 미국 압박은 결국 중국의 자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형성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 계획을 철회한다면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 반도체 등 전략적 기술의 자립을 밀어붙이는 중국에 쓰라린 고통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D램 반도체 공장에 초미세공정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배치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당분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에 EUV 노광기가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자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나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는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해 반입을 막아왔다.
EUV 노광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한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다고 SCMP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한 엔지니어를 인용해 설명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첨단기술로서 민감하고 국가안보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시 당국이 지난달 초 개최한 한중 반도체 공원 조성 축하 대규모 행사도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이 행사는 SK하이닉스 공장이 핵심이다.
대만 경제연구소의 애리사 류 연구원은 “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시설 증대를 계획할 경우 (최첨단 미세공정이 아니라)오직 성숙 공정 기술만 허용될 것임이 더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EUV 노광기의 대중국 수출을 막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국은 EUV 노광기를 중국 반도체 회사 SMIC(중신궈지)에 판매하려는 계획에도 제동을 걸었다.
반면 중국은 수년간 EUV 노광기 개발에 매진했으나 여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SCMP는 다른 기사에서 SMIC 설립자 말을 빌려 “만성적인 인재 부족이 중국 반도체 자립 야망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성숙공정에 해당하는 28nm(나노미터) 노광기 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봉황과기 등 다수의 중국 매체는 지난 16일부터 “상하이마이크로전자(SMEE)의 해당 장비가 국가 검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올해 안에 승인받을 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다만 현재는 관련 기사들이 사라진 상태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의 ‘찬물’ 파장을 우려해 검열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광기는 반도체 웨이퍼나 인쇄회로기판(PCB), 박막 트랜지스터(TFT) 유리 기판에 빛을 쪼여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를 말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제작의 필수 장비다.
자산운용사 게이브칼의 틸리 장 분석가는 지난 2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실상 모든 최첨단 반도체가 미국 기술 기반으로 제조되고 있어 미국은 최첨단 기술의 중국 수출을 막을 능력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중국 기업들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설 건립에 필요한 장비를 사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